어버이날을 맞은 8일 코로나19로 인해 대면면회가 제한되자 요양시설에 입소된 노인들은 화상전화로나마 자식들을 보고 싶은 마음을 갈음했다. 부모 자식 간의 그리움이 더욱 커지는 어버이날이었기에 둘 사이의 거리가 야속하기만 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대구 동구의 진명고향마을요양원은 어버이날 행사 준비로 부산했지만 예년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요양원에서의 어버이날은 큰 명절로 이곳 어르신들이 자식, 손주와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묵은 회포를 푸는 날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대면면회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 요양원은 지난해 12월말 독감이 유행할 때부터 대면면회를 제한해 4개월 이상 자녀들을 못 본 어르신들도 있다.
허전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픈 마음에 요양시설 직원들이 '어버이 은혜' 노래를 부르고 손수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행사를 진행했지만 자식들 빈자리를 채우긴 쉽지 않다. 이 마음을 아는 김석표 진명고향마을요양원 원장은 "자녀들을 만나보고 싶으실 텐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죄송하다"며 "이곳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자녀들도 안타까운 마음일 것"이라며 입소자들을 위로했다.
자식들을 못 본다는 아쉬움은 태블릿PC를 이용한 화상통화로 달랬다. 이곳 요양원은 자체적으로 구비한 4대와 대구시로부터 지원받은 1대의 태블릿PC를 모두 동원해 아침부터 자식들과의 화상통화를 연결해주고 있었다.
이곳 요양원 입소자인 민모(86) 할머니는 태블릿PC에 딸의 얼굴이 보이자 방긋 웃음을 지었다. 효심이 지극해 이틀에 한번 꼴로 전화하는 딸이지만 봐도 봐도 반갑다. 딸은 아픈데는 없는지, 허리는 괜찮은지, 밥은 잘 챙겨먹는지를 연신 물었지만, 민 씨는 "나는 별 일 없다"며 "애들은 잘 크냐"며 손주들을 먼저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민씨의 딸은 "이제 곧 이사간다"며 "코로나만 끝나면 새집으로 모시겠다"며 효심을 드러냈다.
보고픈 자녀와 통화연결이 안 돼 아쉬움만 삼킨 사연도 있었다. 배모(89) 할머니는 자신의 차례가 오자 설레는 마음을 감추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꼬리만 슬쩍 올렸다. 그러나 통화 연결음이 길어지고 딸이 끝내 전화를 받지 않자 배 씨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는 싫은 소리 역시 내지 않았다. 옆에 있던 요양보호사가 "딸이 바쁜 모양"이라며 "곧 이 번호로 다시 전화가 온다"며 배 씨를 위로했다.
어머니께 아버지가 별세했다는 슬픈 사실을 숨긴 채 화상전화를 한 가족도 있었다. 이모(85) 할머니는 요양원에 함께 입소한 남편이 지난 2월말 유명을 달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자녀들이 치매로 인지능력이 와해되고 있는 이 씨에게 이 사실을 전화로 전하기보단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남편이 아직 병원에 있는 줄 안다. 이 씨의 막내딸은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하며 "코로나 끝나면 찾아갈게. 그때 병원에 있는 아빠도 같이 보러 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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