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지상 과제는 종족 번식이다. 바이러스도 예외는 아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을 숙주로 삼은 전략은 로또 당첨만큼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축을 사육하는 인류는 바이러스가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으로 변이를 일으키기에 딱 좋은 숙주다. 게다가 도시에서 밀집해서 살고 20세기 이후 들어서는 활동 범위도 전 지구적이다. 바이러스가 후손을 널리 퍼뜨리기에 이만한 조건도 없다.
한편으로 인류는 몹시 위협적인 상대다. 인간은 바이러스의 존재를 인지하는 유일무이한 생명체다. 바이러스 출몰을 인지하는 순간 인류는 갖은 치료제와 백신을 동원해 바이러스에 맞선다. 인간이 벌이는 방역 행위는 바이러스로서는 수억 년 진화 과정에서 경험하지 못한 돌발 변수다. 인간의 몸에 침투하는 순간 바이러스는 멸절 리스크도 함께 안아야 한다.
이것 말고도 인류는 아주 강력한 바이러스 대응 무기를 갖고 있다. 비누다. 비누의 계면활성제 성분은 30초 만에 바이러스 대부분을 죽인다. 비누는 매년 수백만 명 이상의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인류의 비누 사용이 보편화된 것은 19세기 이후다. 바이러스와 세균이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모르던 시절에는 의사들조차 손을 씻지 않은 채 메스를 들었다.
여기 '비누 경찰'(Soap Police)이라는 멋진 말이 있다. 이스라엘 작가 유발 하라리가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쓴 표현이다. 비누가 바이러스로부터 사람을 지키는 경찰 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탁월한 은유다. 100년 전 스페인독감 이후 최악의 바이러스로 기록될 만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도 비누는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누가 경찰이라면 마스크는 '경비대'다. 마스크 경비대는 비누처럼 바이러스를 죽이지는 못하지만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를 옮겨 다니지 못하게 단단히 봉쇄한다. 둘은 환상의 콤비다. 이 둘만 제대로 활용해도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능히 물리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기, 식중독, 눈병, 수두 등도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생활 방역이 감염병 지도 자체를 바꿔 놓는 미증유 현상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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