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엄혹한 과제 짊어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미래통합당의 새 원내 사령탑에 지난달 총선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꺾고 5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이 선출됐다. 대구경북이 지역구인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기는 지난 2015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은 이후 5년 만이다.

주 원내대표에게 축하보다는 채찍질이 필요할 것 같다. 주 원내대표 앞에 놓인 과제가 전례 없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현재 통합당이 처한 현실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태롭다. 우선 내부적으로 총선 참패의 후유증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총선 뒤 통합당은 왜 참패했는가에 대한 진솔한 자기 진단이 없었다. 대신 '김종인 비대위'를 두고 되느니 안 되느니 집안싸움을 벌였다. 지지율을 20% 밑으로 곤두박질하게 한 '자해'(自害)였다. 이 분란은 지금도 내연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당의 총의를 모아 내는 게 주 원내대표의 최우선 과제다. 참패 원인에 대한 현미경 분석과 회생의 길 모색은 물론이다.

대외적 난제는 더욱 엄혹하다. 총선 직후 21대 국회에서 여권은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국회 운영을 힘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를 확인해 주듯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는 "통합당 새 원내대표와 협의에서 '일하는 국회법'을 먼저 통과시키겠다"며 일전(一戰)을 예고했다.

'일하는 국회법'의 내용을 보면 독주하겠다는 뜻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 국회 법제사법심사위원회의 체계 자구 심사권 폐지이다. 이 권한은 야당이 여당의 입법 독주를 막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머릿수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최대 330일에서 45일로 단축하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역시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지금보다 더 빨리 처리하겠다는 의도이다.

국회법이 이렇게 바뀌면 우리의 의회 민주주의는 '다수 독재'로 전락한다. 주 원내대표는 이를 막는 선봉에 서야 한다. 매우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비상한 각오와 결기로 무장해야 한다. 여기서 지면 통합당은 두 번 죽는 꼴이 된다. 그런 점에서 주 원내대표는 가혹한 시험대에 섰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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