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태평성대인가?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71%를 기록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취임 3년을 맞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치다. 노태우(12%) 김대중(27%) 노무현(27%)은 물론 비교적 지지율이 높았던 김영삼(41%) 박근혜(42%) 이명박(43%)보다 훨씬 높다. 지지율만 보면 어진 군주가 다스리는 태평한 시대를 일컫는 태평성대(太平聖代)가 도래한 것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태평성대의 전범(典範)으로 동양에서는 요(堯)와 순(舜) 두 임금이 다스린 중국 '요순시대'가 꼽힌다. 요 임금은 어떤 비결로 태평성대를 열었을까. 명(明)의 장거정은 임현도치(任賢圖治)와 간고방목(諫鼓謗木) 두 가지로 요약했다.

임현도치는 어진 이를 임용해 다스림을 도모했다는 말이다. 요 임금은 공신들에게 자리를 나눠주지 않고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발탁해 그들의 의견을 따랐다. 하자투성이 인사를 장관에 앉혀 국민을 둘로 갈라지게 하고,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친문 인사들이 줄줄이 재판정에 선 문 정권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나라 곳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제부총리를 윽박질러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는 것과 같은 식의 전문가를 안중에 두지 않은 것과도 거리가 멀었다.

간고방목은 간언하는 북과 비방하는 나무를 설치했다는 뜻이다. 직언·간언하고 싶은 사람이 문밖에 매단 북을 치면 요 임금은 이들을 만나 의견을 경청·수용했고, 나무를 세워 백성이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글을 써서 붙이도록 했다. 독선에 빠져 탈원전 등 잘못된 정책조차 뜯어고치지 않는 문 대통령 모습과는 크게 달랐다. 북한 김정은의 신변 이상설을 주장한 야당 탈북민 총선 당선인들을 정권이 지나칠 정도로 비난하고, 경제가 거지 같다고 하소연한 상인을 집단 공격한 것 역시 간고방목과는 동떨어진 일이다.

요 임금 때 백성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은 채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는 함포고복(含哺鼓腹)의 삶을 살았다. 문 대통령 3년 재임 동안 국민은 근심 없이 배불리 먹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코로나 공포가 다시 커지고, 경제 추락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폭증하는 지금,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 행진과 태평성대는 전혀 함수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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