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성금이 피해자를 위해 쓰이지 않았다"고 한 데 대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옛 정대협)가 해명에 나섰다. 정의연은 1992년 7월, 1993년 7월, 2017년 11월 등 세 차례에 걸쳐 1억350만원을 이 할머니에게 생활지원금으로 지원했다는 영수증 및 계좌이체 전표를 홈페이지에 올렸고, 국세청 홈택스에 2016~2019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 명세서'를 공시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으로 '지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는 이 할머니의 주장을 '기억의 왜곡'으로 몰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1992년부터 2017년까지 지원한 1억350만원이 과연 정의연의 기부금 수입에 비춰 '적정한' 액수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1992년부터 올해까지 28년간 1억350만원이면 연평균 369만원이다. '그것밖에 안 됐어'라는 소리가 나올 만한 액수다.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자료는 그 이유를 짐작게 한다. 정의연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9억1천606만원을 기부금 수입으로 모금했으나, 피해자들에 대한 현금 지원은 9억2천14만원으로 전체 수입의 약 18.7%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성금은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관련 책을 출판하는 등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전반에 쓰여왔다"고 한다. "우리는 구호단체가 아니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라고도 했다.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활동 전반'에는 어떤 것이 있고, 활동마다 언제 얼마나 성금이 쓰였는지 1원도 빠뜨리지 않고 공개하는 것은 물론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진위를 검증받아야 한다.
이 할머니에게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이름과 지장·도장이 찍혀 있는 영수증과 계좌이체 전표까지 보관해 놓을 만큼 투명하고 치밀하게 회계처리를 했다면 '활동 전반'에 쓴 돈의 회계처리 또한 그럴 것이다. 정의연은 지금 최대의 '도덕성 위기'에 처했다. 이는 이 할머니를 '치매 노인' 취급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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