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어컨 타고 바이러스 확산…'대프리카' 괜찮을까?

교실·사무실·음식점 등 에어컨 ‘새 감염원’ 우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위험, 다중이용시설 냉방기 사용 지침 전무
병원, 교실, 사무실, 식당 등 실내 기류 타고 퍼질 수도
유일한 예방책은 '환기' 뿐…벌써 전기료 폭탄 걱정도

8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에서 한 직원이 에어컨 필터 청소 및 점검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8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에서 한 직원이 에어컨 필터 청소 및 점검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2일 오후 대구 동성로의 한 카페 안. 벌써 가동되기 시작한 냉방기기 아래에서 손님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스크를 벗어놓은 채 수다를 떨고 있었다. 환기를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카페 직원은 "문을 열면 매연이 들어오는 데다, 더운 공기를 식히려면 또 오랜시간 가동해야해 전기료도 부담"이라며 "환기 대신 공기청정기를 계속 가동 중이고, 실내 소독도 수시로 하고 있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냉방기기 사용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지만 다중이용시설의 냉방기기 사용에 대한 이렇다할 방역 지침이 없어 에어컨이 코로나19 사태의 새 감염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 여름은 불볕더위가 예고된 데다 당장 일주일 뒤부터 순차적인 등교 수업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학교 교실은 물론 사무실, 음식점, 카페 등에서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충분히, 자주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내기 혼합형 에어컨, 바이러스 확산 위험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팀은 지난달 16일 한국역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Epidemiology and Health)에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냉방기기나 공기청정기 등을 사용하면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커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름철 밀폐된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비롯해 에어컨, 선풍기 등을 작동할 경우 공기 중에 있는 바이러스가 기류를 타고 실내에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함 교수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작동 중인 에어컨이나 선풍기 앞에서 대화를 하거나 기침·재채기를 하면 비말이 기류를 타고 실내에 퍼질 수 있다"며 "예비실험 결과이지만, 미지의 위해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선 밀집장소에서의 공기청정기 등의 제품 사용을 다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중국 광저우 한 식당에서 확진자 9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 '에어컨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례를 담은 논문을 소개하기도 했다.

송정흡 칠곡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외부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면 감염의 위험성은 분명히 있다"며 "특히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음식 섭취 등의 요인으로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많다. 집단 감염의 30% 이상은 무증상인 만큼 자신도 모르게 대화나 기침만으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으로는 열 효율 등을 이유로 외기 30%, 내기 70%를 혼합해 순환시키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 시 비말이 섞인 공기가 에어컨을 타고 퍼질 가능성도 있다"며 "코로나19 방역 지침에도 확진 환자가 머무는 병실 공기가 병원 내로 순환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바깥 공기만을 들이고, 내부 공기는 모두 내보내는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돼 있다"고 강조했다.

◆환기뿐…개인 방역 철저히 하는 수밖에

그런데 문제는 현재로서 유일한 예방책이 환기 뿐이라는 것이다. 수성구보건소에 따르면 현재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지침은 있지만,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사용 관련 세부사항은 없다.

정부는 지난 7일 코로나19 대응 학교 방역 관련 지침을 발표하면서, 창문의 3분의 1 이상을 여는 조건으로 에어컨 사용을 허용했다. 또한 일과시간에 건물의 모든 창문을 상시 개방해 최대한 환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가 아닌 다중이용시설에 이를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달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한여름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 속에 환기로 인한 전기료 폭탄이 벌써 걱정"이라며 "충분히, 자주 환기하라는 기준도 모호하다. 개문 냉방하는 매장과 헷갈릴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고층 사무실, 상가형 시장, 백화점 등은 아예 창문이 없거나, 개폐가 힘들어 야외 공기를 이용한 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성구보건소 관계자는 "지자체 차원에서는 점검이 안 되고, 제재 규정도 없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환기의 필요성을 알리고 유도하는 정도"이라며 "결국 이용자가 책임의식을 갖고 자율적으로 환기를 잘 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생활방역처럼 개개인의 사회적 책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는 "실내 에어컨 가동이 감염 위험이 될 수도 있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며 "에어컨 가동 위험 및 환기 등에 따른 실질적인 불편함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에어컨 사용을 통제하는 것보다 마스크를 꼭 하고 손을 잘 씻는 등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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