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 고교생 유족 "시의회에 기댔지만 호소 외면"

코로나 의료공백 피해 진상규명 탄원서 15명 중 8명이 거절
유족 “일부 시의원이 험담도…왜 가슴에 두 번 대못 박나”

대구 수성구의 명복공원에서 추모객들이 정군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 명복공원에서 추모객들이 정군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공백 속에 급성 폐렴 증세로 숨진 경산 고교생 정유엽(17) 군의 유족이 경산시의회의 무책임한 태도에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입었다.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시의회에 의지하고 기댔지만 돕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데다 국무총리에게 제출하기 위한 탄원서 서명 조차 외면해서다.

11일 정 군의 부모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초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경산시의회에 도움을 청했다. 정 군의 아버지는 "의회 측에서 지난달 16일까지 의원들의 안을 모아 도울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고 했으나, 이후 안을 제출한 의원이 한 명도 없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이에 정 군 부모는 직접 국무총리에게 제출하기 위한 탄원서를 쓸 수 밖에 없었다. 탄원서에는 ▷정 군 사망 전 경산중앙병원의 미흡한 조치 고발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사후 대책 ▷병원 조치의 적법성 검토 ▷법 제정을 통한 재발 방지 등이 담겼다.

정 군 부모는 이 탄원서에 힘을 싣고자 다시 한 번 절박한 심정으로 경산시의원들에게 서명을 해주길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정 군 부모는 "탄원서를 받아든 강수명 경산시의회 의장이 '탄원서에 경산중앙병원 얘기를 빼면 서명해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정 군 부모는 탄원서 수정을 거절했고, 결국 전체 시의원 15명 중 7명의 서명만 받을 수 있었다는 것. 정 군 부모는 "서명을 하지 않은 시의원은 모두 미래통합당 소속"이라며 "어떻게 이렇게 무심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뿐 아니라 일부 시의원은 유족에 대한 험담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한 시의원은 다른 의원들과의 사적인 자리에서 '자영업을 하는 부모가 생계에 지장을 받을까봐 일부러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는 것. 정 군 부모는 "유족 가슴에 두 번 대못을 박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해당 시의원은 "시의원들과의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내가 한 적은 없다"고 했다.

강수명 경산시의회 의장은 "유족들과 경산중앙병원 측의 주장이 달라 의료 비전문가인 시의원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탄원서에 서명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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