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ICT(정보통신기술)와 SW(소프트웨어) 기업에도 큰 피해를 안겼다. 기술공급 위주인 탓에 피해가 작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대면 접촉이 중요한 ICT·SW기업은 해외진출 무산, 국내사업 수주 보류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 업체는 '대구기업 기피'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대경ICT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피해 사례를 수합한 결과 상당수의 지역 ICT·SW기업은 기존계약 연기, 매출 감소, 신규 프로젝트 수주 차질 등의 피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매출 감소 끝에 구조 조정이나 신규채용 중단 등 고강도의 자구책을 마련한 기업도 등장해 피해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성알파시티 내에 있는 영상인식기술 전문기업 A업체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이후 공공기관으로부터 사업 수주 물량이 모두 끊겼다. 최근에는 한 중앙부처와 미팅을 조율했지만 '이 시국에 대구 기업이 (타지역에)오면 어떡하느냐'는 대답만 돌아왔다.
A업체 대표는 "자가격리 지침도 준수하고 재택근무도 했는데 '대구기업'이란 낙인이 너무 강하게 남아버렸다"며 "올해 ICT 관련 국가 프로젝트는 1~3월에 60%가량이 집중됐는데 (대구 기업이란 이유로) 참여를 못해 너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해외진출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다.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수질개선 시스템을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공급하려 했던 B업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계약체결이 보류됐다. 물산업클러스터 중심도시 대구 소재 기업인 점을 살려 계약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탓에 대면 미팅이 불가능해져 계약체결이 미뤄진 것이다.
B업체 대표는 "계약을 성사시키려면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현지 실사 과정도 거쳐야 하는데 대구 기업이란 이유로 접촉이 안 된다"며 "장점이었던 대구가 이젠 큰 걸림돌이 됐다"고 했다.
특히 대구경북 ICT·SW기업은 10개 중 8개 꼴로 대면 미팅이 중요한 '공공시스템통합(SI) 위주'라 타격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B업체 대표의 말이다. 그는 "ICT·SW는 화장품처럼 완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서 현장 분석을 통한 커스터마이징(조정 작업)이 핵심인데, 대면이 안 되니까 일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역 ICT·SW업계는 제조업·관광업 등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타격이 이제부터 ICT·SW 분야로 번지면서 2차 타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경북의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사업을 진행하는 C업체는 최근 계약이 보류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이어져 속앓이를 하고 있다.
C업체는 아직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중소규모 자동차 부품업체에 자동화 기술을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당장 도산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계 사정에 자동화 같은 과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태다.
C업체 대표는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상대 업체(자동차 부품업체)가 당장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판에 디지털 전환이고 뭐고 돌아볼 겨를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능형 CCTV가 주특기인 D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탓에 기존에 계획했던 지능형 CCTV사업 수주는 모두 보류된 상태다.
D업체 대표는 "매출이 반 토막 났다. 계획했던 신규채용을 취소하고 시설투자를 보류하는 등 최대한 몸집을 줄이면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조업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영향이 ICT·SW 분야로 넘어가리라는 점을 빨리 캐치하지 못한 점이 실수라면 실수"라고 했다.
대구경북 ICT·SW기업의 요구를 종합하면 ▷지역기업 이미지 개선 ▷긴급경영안전자금 지급 ▷세제혜택 ▷공공부문 ICT·SW사업 조기 발주 등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대구시 스마트시티과 관계자는 "ICT·SW기업은 이제부터 코로나19 영향이 시작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걱정"이라며 "시는 지역 기업이 도산하지 않도록 기업지원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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