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기가 참 힘들다. 초·중·고교생의 등교가 또 미뤄졌다. 서울 이태원발 코로나19 재확산 여파 탓이다. 바뀐 등교 일정이 지켜질지도 알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한다면 온라인을 이용한 원격학습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3은 대입을 준비해야 하기에 더 초조한 상황이다.
등교 연기로 대입 준비에 문제는 없을지, 원격수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대담 형식으로 엮었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센터 연구실장(이하 김), 윤일현 지성학원 진학지도실장(윤), 홍성철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 겸 청구고 진학부장(홍), 이희갑 대구미래교육연구원장(이)이 생각을 전했다.
-등교 추가 연기, 대입 준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홍=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교내 창의적체험활동이 어렵고, 내실 있는 수업이 힘들다. 소인수 과목 개설 여부도 불투명해 학생부를 작성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5, 6, 7월 모의평가와 중간·기말고사 일정이 짧은 시간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윤=등교가 미뤄질수록 개인 간 대입 준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교육으로 정시와 수시를 철저히 대비하는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수능시험 성적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하는 정시에선 오프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재수생이 우위에 설 것이다.
▶김=엄밀히 말해 수시에선 고3이 재수생보다 불리하다고 하긴 어렵다. 고3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받는 첫 세대여서 재수생보다 더 다양한 교육과정을 이수, 학생부종합전형에선 비교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고3과 재수생 간 격차가 아니라 고3 간 차이다. 온라인 수업 중 학생부 기재가 가능한 것은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이다. 하지만 다수 학교는 콘텐츠 중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의 경쟁력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격수업 기간, 어떻게 보내는 게 효율적일까
▶홍=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등교 수업과 동일한 학습 계획을 세우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자기주도학습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재수생과 격차가 커질 거라는 소식은 고3을 더 힘들게 한다. 이럴 때일수록 교사, 학부모가 고3을 격려해줘야 한다.
▶윤=모르는 내용을 처음 배우는 경우엔 아무 준비 없이 화면만 바라보는 걸로는 수업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 원격수업 전 교재를 2~3회 읽어보고 모르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밑줄을 치는 게 좋다. 예습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수업 중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표시해뒀다가 어떤 방식으로든 질의응답을 통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고1, 2는 온라인 수업에 최대한 충실해야 한다. 등교 후 단기간에 수행평가와 교과 관련 활동 등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고 수업계획서, 평가계획서를 기반으로 학습해야 한다. 과목별로 지필고사와 수행평가의 비중과 수행평가 요소를 확인하고 관련 독서활동을 미리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원격수업은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LMS(학습관리시스템)를 활용하면 학생들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에 공정하고 체계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이런 변화는 수업의 변화를 촉진하고, 수업의 질을 향상시켜 나갈 것이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도 이런 강점에 주목하길 바란다.
-원격수업,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까
▶이=원격수업이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정착, 우리 교육에는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발견하고, 그 진로를 성취하는 데 다양한 도움을 주는 '친절한' 안내자로 바뀌어야 한다. 원격수업은 지금 학교를 그렇게 바꾸려 하고 있다.
그 핵심은 LMS다. 등교 이후에도 LMS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돼야 온·오프라인 수업 전환이 쉽게 이뤄지고, 평가의 혁신과 수업의 개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등교 수업이 시행되더라도 이런 변화를 멈춰서는 안된다.
▶김=코로나19 사태로 학교 수업의 변화가 앞당겨졌다. 출발은 콘텐츠 제공에 그쳤으나 시간이 갈수록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으로 옮겨가는 학교가 나오고, 이 수업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현장 반응까지 고려할 때 학교와 교사의 역량으로 학생의 역량을 성장시키는 데 원격수업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온라인 수업은 각 시·도가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강의의 다양성 문제뿐 아니라 지역 간 수강 장벽도 존재했다. 이참에 대구와 경북만이라도 함께 그 벽을 걷어내고 수업의 질도 높이면 좋겠다. 학교별 교원 수급 문제, 교육 취약 지역 학교의 수업과 평가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는 건 어떨까
▶윤=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시행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에 근거해 현장의 동의를 얻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추진하지 않으면 실시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금으로선 그보다 학생의 안전을 고려해 등교 일정을 짜고, 최악의 경우 9월 등교도 생각하며 학사 일정을 진행하는 게 좋을 것이다.
▶김=비록 원격수업이지만 이미 학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논의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일단 등교 개학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적화 모델을 찾아야 한다. 학교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먼저다.
지금은 등교가 불가능한 상황이 재현되더라도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고,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시행에 따라 들어갈 비용과 전환기의 혼란을 고려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혹서기를 피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긴 여름방학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적 교육활동도 할 수 있다. 2월에 '비능률적'으로 등교하는 부분, 추운 겨울에 입시를 시행하는 부담도 없앨 수 있다. 대한민국의 커가는 위상을 생각할 때 국제사회 추세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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