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 딩동." 오늘도 어김없이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생활수칙 안내문자가 온다. 마스크 착용과 수시로 손 씻고 소독하기, 한동안은 보고 싶은 친구와 친척들과도 모임 자제 등 우리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월 29일에는 최대 700명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구시민들은 패닉에 빠졌고, 전국은 물론 전 세계가 대구를 주목하고 있을 때 대구시와 의료진은 망연자실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방역과 생활수칙, 환자 이송, 확진자 관리 등 대구시의 발 빠른 대응 시스템으로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연일 사투를 벌였다. 생활치료센터 등 급박한 현장에서 대구만의 아이디어도 탄생했다.
전국의 의료진이 자원봉사를 위해 대구로 몰려왔고, 소방청 동원령에 따라 전국의 구급차가 대구로 모여들었다. 대구시민들은 누군가에 의한 봉쇄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 봉쇄를 선택했고 방역관리대책을 따르며 생활 속 불편을 감수했다. 전 국민이 "힘내라, 대구경북"을 외치며 온 힘을 다해 응원을 해주었다. 대구는 힘들었지만 외롭지 않았다.
대구소방도 옛 두류정수장 자리에 집결지를 마련하고, 확진자를 하루 300~400명씩, 일일 최다 584명을 이송했다. 입기만 해도 땀범벅이 되는 보호복을 착용했다. 인천과 광주 등 왕복 6~8시간 거리를 이송해야 하는 구급대원들은 만일에 사태를 대비해 기저귀를 착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누구 하나 불만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환자 이송으로 인한 졸음과 보호복을 착용한 불편함보다 우리 대원들을 더욱 아프게 한 건 따로 있었다. 환자들은 주변에 피해가 될까 봐 아파트 입구에선 구급차 소리를 꺼달라고 부탁했다. 이송해준 대원들에겐 고개를 숙이며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감염 방지를 위해 비닐장갑을 끼고 나오라 안내했는데, 장갑이 없어 검은 비닐봉지를 손에 감싼 채 "죄송하다"며 훌쩍이는 20대 앳된 환자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달 들어 대구에는 신규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날이 적지 않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대구시의 성공적인 방역 관리의 결과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는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다. 시민참여형 상시방역체계에 맞추어 고강도 7대 기본 생활수칙을 지키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 대형화재 현장에서도 큰불을 잡은 뒤 혹시 모를 잔불을 제거하는 데 전체 진화 시간의 90%를 할애한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도시이자 2·28민주운동의 발원지다. 대구시민은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냈고, 많은 불편함을 묵묵히 참고 견디어 내었다. 대구에선 누구나 악착같이 마스크를 쓴다.
잔인한 3월, 희망찬 4월을 지나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이해인의 '5월의 시'에서)이다. 코로나19에 우리의 봄은 빼앗겼지만, 대한민국의 여름은 대구에서 희망을 되찾았다. 대구의 성공적인 방역이 대한민국의 방역 성공을 이끌어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어 코로나19를 극복한 K-방역은 '신한류'로 세계의 표준 모델이 되고 있다.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중 명대사를 떠올리며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외친다. "그 어려운 걸 우리가 또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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