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월성원자력 맥스터 증설, 현명한 결정을 기대하며

노희철 한국수력원자력(주) 노동조합 위원장

노희철 한국수력원자력(주) 노동조합 위원장
노희철 한국수력원자력(주) 노동조합 위원장

5월 들어 경북 경주 지역은 중수로형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건식저장시설(맥스터) 증설을 위한 주민 수용성 확보를 두고 찬반 여론이 뜨겁다.

현재 월성원전에서 추진 중인 맥스터 증설은 처음 시도해 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경수로에 비해 사용후핵연료가 비교적 많이 배출되는 중수로 특성상 29년 전부터 단 한 번의 문제 없이 맥스터를 안정적으로 운영 및 관리해 오고 있다. 저장 용량이 한계에 이르러 맥스터 7기에 대해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성 심사에서 승인을 얻어 기술적인 안전성을 입증했다.

현재는 경주 시민을 대상으로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기존의 맥스터 설비 저장 용량이 내년 11월이면 포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맥스터 증설은 본공사에만 19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올 상반기에 증설 공사가 시작되지 못하면 월성 2, 3, 4호기 운영을 조기에 중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고, 이는 국가 전력 수급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월성 2, 3, 4호기가 설계수명도 다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용후핵연료저장설비의 여유 공간이 없어 원전 조기 폐쇄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천문학적인 국가 자산을 폐기 처분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코 합리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결정이다.

사실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수준의 방사선을 방출한다. 그러나 그 양은 많지 않다. 1g의 우라늄이 300만 배인 석탄 3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발생시키니 폐기물도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며 발생된 양은 약 1만5천t이다. 석탄발전으로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했다면 석탄회는 2억t, 이산화탄소는 35억t이 발생했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발생시키는 원전은 저마다 고유의 설계된 수명을 갖고 있고, 한수원에서는 설계 기간의 운영 과정에서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설비투자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되면 수명을 추가로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상업용 원전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원전의 수명을 2회에 걸쳐 40년을 추가해 연장 운영하고 있다.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운영만 잘 하면 충분히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원전 운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해 둘 설비를 갖추지 못해 법으로 정해진 수명조차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정지될 운명에 놓였다.

이는 혈세 낭비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 전체의 손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반면 환경단체나 반원전 시민단체들은 막연하게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맥스터 증설을 반대해 궁극적으로는 원전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결코 합리적인 주장이 될 수 없다. 상업용 원자력발전이 화석연료에 의한 탄소배출량 감축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월성원전 3호기 가동 여부가 지역 주민의 결정에 달린 만큼 맥스터 증설에 대해 대안 없는 반대로 경주 지역 경제 및 원전 생태계의 잇따른 붕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맥스터 건설이 적기에 추진돼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속에서 지역 경제도 타격을 피할 수 있다.

지금은 지역과 함께 윈윈(Win-Win)하는 전략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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