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김소윤(17·경북 청도) 양은 책상에 앉으면 유튜브 동영상부터 틀어놓는다. 김 양이 켜두는 영상은 '공부 브이로그(V-log).' 학생들이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 라이브로 중계하는 채널이다.
이런 라이브 영상에는 5시간 남짓 책장 넘기는 소리, 필기구 쓰는 소리만 들린다. 김 양은 "집에서 공부하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가 많은데 실시간 공부 라이브를 켜두면 학교 자습실에 온 기분이 든다"고 했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중·고교생들이 유튜브나 SNS로 학습 의욕을 올리고 있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난 학생들이 '공부 브이로그' 등을 이용해 마음을 다잡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사용자 1만8천 명이 구독하는 '고삼진우' 채널에는 하루 한 번씩 라이브 영상이 올라온다. 이 채널에서는 운영자 한진우(전주상산고 3년) 군이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 방송으로 보여준다. 영상 길이는 최대 11시간. 그런데도 조회수는 평균 3만 회 정도로 많다. 실시간 방송을 할 때 200여 명이 모여들기도 한다.
구독자는 대부분 또래 학생들이다. 한 군이 공부할 때 노트북 등으로 영상을 틀어두고 같이 공부하는 것이다. 한 군이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켜고 공부하고 있으면 "모두 공부 화이팅입니다", "이 분이랑 공부하면 공부가 잘 된다"는 실시간 채팅이 올라온다.
목표하는 대학 동영상을 보면서 의욕을 다지는 학생들도 있다. 올해 수능을 앞두고 있는 신현주(18) 양은 공부할 때마다 연세대·고려대 학생들이 24시간 동안 공부하는 동영상을 틀어놓는다고 한다. 신 양은 "목표하는 대학의 선배들 영상을 틀어두고 공부하면 자극이 된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도 '공부 인증'이 잇따르고 있다. '공부'와 '인스타그램'을 합쳐 '공스타그램'이라고 부르는 계정에는 스케줄러를 찍은 사진이 게시된다. 스케줄러에 공부 계획을 세우고 얼마나 지켰는지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다.
1년 넘게 '공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해왔다던 전혜미(18) 양은 "누군가 내 스케줄러를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고3공스타그램'으로 검색하면 게시물이 25만 개 넘게 검색된다.
이은주 경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인정 욕구가 크거나 경쟁 의식이 높은 학생들에게는 유튜브나 SNS를 활용한 공부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본인 속도에 맞춰 공부하기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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