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과 기획재정부가 잇따라 원격의료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의료계가 "실현 시 극단적 투쟁"을 예고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팽팽한 찬반 대립으로 결론내지 못하던 원격의료 논쟁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국내 의료법상 환자와 의사가 직접 만나지 않고 진료 상담, 처방하는 원격의료는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정부가 그간 수차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의료계, 시민단체 등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규제를 개선하고 향후 신종 감염병 출현, 원격의료 시장 성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시적으로 시행한 '전화상담·처방'이 도화선이 됐다.
대구 등에서 실시했던 전화상담은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는 상황에서 고위험군 상담이 필요하던 당시 의료인과 환자의 감염을 막는 방역 성과 중 하나로 꼽혔다.
한 예로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어서 외출하지 않고서도 의료인과 통화해 평소 복용하던 약물 등 상담을 할 수 있었다.
2월 2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전화상담 진찰료 청구 건수는 26만2천121건에 이른다. 진찰료를 청구한 의료기관은 총 3천853곳으로 상급종합병원 28곳, 종합병원 154곳, 병원급 442곳, 의원급 3천229곳이다.
서울대병원이 운영한 경북 문경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또한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문경 센터에선 서울에 있는 의료진이 환자들을 원격 진료하고 필요한 약 등을 처방하며 원격 진료의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전날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전화상담 사례를 자세히 분석해 장단점을 따져보겠다"고 말한 것도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히 들여다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동네 병·의원 등 의료계 반발이 상당하다. 환자들이 원격 의료에 의존하면 현장 의료진이 제때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원격의료 추진을 강행할 경우 '극단적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원격의료는 국내 의료체계를 흔들 수 있는 이슈다. 정부가 이를 강행한다면 극단적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국민 혼란과 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일을 정부가 왜 벌이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의협은 최근 전화상담·처방을 도입하려던 당시부터 "모니터링 수준에 불과해 자칫 초기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마주해 보고, 만져보고 두드려 보는 시진, 청진, 촉진 등을 하는 것이 진료의 기본 원칙이라는 것이다.
원격의료를 허용해 도서·벽지 등 지역 주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혜택을 보더라도 한두명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의료노조,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도 '의료 민영화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보건의료서비스 질이 낮아지거나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데 이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밀어붙이다 보면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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