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19로 세계화 중태…"창궐 극복 뒤에도 빠른 회귀 어렵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진단…무역·자본·여행·마인드 총체적 후퇴
금융위기·무역전쟁 후 치명타…"세계화 가장 위대한 시기 끝났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보건국 앞에 마련된 비공식 추모지에 코로나19로 숨진 의료진의 사진이 의료용 마스크와 함께 걸려 있다.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보건국 앞에 마련된 비공식 추모지에 코로나19로 숨진 의료진의 사진이 의료용 마스크와 함께 걸려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받은 세계화가 코로나19에 치명타를 맞았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붕괴로 대다수 은행과 일부 다국적 기업이 철수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과 해외투자가 침체에 빠지는 이른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ion)이 나타나면서 세계화가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블루칼라 노동자의 우려와 중국의 독재적인 자본주의, 광범위한 주제에 걸친 쇼비니즘(자국 이기주의) 등으로 미국발 무역전쟁이 터지며 세계화에 2차 타격을 가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번지며 공장, 상점, 사무실이 문을 닫고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자가 소비자와 연결될 길이 차단되면서 세계화가 치명타를 맞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올해 글로벌 상품 무역량은 작년과 비교할 때 10~30%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소규모 개방경제국가로서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의 5월 1~10일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46% 줄었다는 점을 급변의 단면으로 제시했다.

또 코로나19 발원지 논쟁에 따른 국가 간 갈등, '세계의 지도자'역할을 외면한 미국 등 국제질서의 혼란도 세계화의 기반을 흔들었다. 중국은 비밀주의와 괴롭히기 행동으로 책임질 역할을 할 의사도 없고 적합하지도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호장구 수입을 둘러싼 소동과 요양 시설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 등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일자리가 미국민에게 우선 돌아가야 한다며 이민을 더욱 제한하겠다고 밝혔으며 다른 나라도 뒤따를 전망이다. 회사나 상품의 국경을 따지지 않던 예전 분위기도 바뀌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 패키지를 통해 자국 기업에 이를 소비토록 종용하고 있으며 회복력 확보라는 미명 하에 제조업의 공급망을 다시 본국으로 가져오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런 국가 통제 하의 불안정한 망을 갖춘 무역 체제가 더 인간적이거나 더 안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빈국이 부국을 따라잡기란 더 힘들어지고, 부국 국민 또한 더 자유롭지 못하고, 더 비싼 삶을 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화의 가장 위대한 시대에 작별을 고하고 이제 어떤 시대가 이를 대체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현 시점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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