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76) 전 총리에게 뇌물 9억원을 줬다고 알려진 고(故) 한만호 씨의 비망록에서 "한 총리가 아닌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이 덮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씨는 지난 2010년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1심 공판에서도 "한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한 검찰 진술은 검찰의 회유에 따른 거짓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지난 14일 뉴스타파와 MBC 보도로 공개된 한만호 씨 비망록 사본에는 당시 한 씨가 수사받은 상황을 기록한 정황이 나온다. 한 씨는 사기죄 등으로 통영교도소에 수감됐다가 2010년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뒤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비망록에서 한 씨는 검찰이 한 씨에게 진술 거래를 제안했고, 자신은 그에 응했다는 취지로 적었다.
그는 ""한 총리가 아닌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에게 돈을 준 사실을 검찰에 진술했지만 검찰이 덮었다"면서 "검찰이 '총리 유죄만 나오면 재기할 수 있게, 증언 이후 며칠 안으로 출소할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비망록에서 한 씨는 검찰이 재판 핵심 증인이 될 자신을 조사하면서 매주 질의응답을 연습시켰다고 썼다. 한 씨는 2010년 4월부터 12월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씨는 "검찰 진술 조서 제공해주고 구치소에서 공부하라며 매주 불러서 '시험 본다'고 테스트했다"면서 자신을 검찰 안내에 따르는 '강아지'라 표현했다.
한 씨 비망록은 2011년 그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자 검찰에 의해 위증 혐의로 기소되면서 압수수색받은 당시에도 한 차례 논란이 됐다.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한 씨 일기장과 재판 대비 메모 등을 확보했다.
당시 그를 변호하던 최강욱(현 열린민주당 대표)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씨의 비망록 존재와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최 변호사는 당시 "비망록에는 그동안 검찰이 한씨에게 무엇을 요구했고,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고 자신을 회유하고 협박했는지 과정이 상세히 적혀있다"고 주장했다.
한 씨 비망록 사본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검찰의 강압수사 관련 논란에도 불이 붙었다.
다만 한 씨를 수사한 담당팀은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유죄는 한 씨 비망록의 신빙성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는 1심 무죄, 2심 유죄 판결에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2심 형이 확정됐다. "한 씨 주장대로 회유나 협박이 있었다면 그의 진술 역시 증거능력이 부정됐을 것이다. 진술까지 번복됐는데 물증이 없었다면 유죄 판결이 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당시 수사에 참여한 관계자 주장이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비망록에 대해 사법부가 이미 판단을 마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소위 비망록이라는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씨가 수첩에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려는 계획을 기재했다. 이때 검찰 수사에 굴욕감을 느끼고 허위 증언 암기를 강요당했다는 내용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심 내지 사면을 의도하고 무죄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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