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물경제 엉망인데도 상승곡선 그리는 주식시장

믿을만한 투자처 없는데다 '나만 뒤쳐질수 없다'는 심리 합쳐진 탓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경제의 충격파는 역대급이었다. 4월 중 취업자는 전년 대비 47만6천명이 감소해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21년2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고용과 함께 경기 후행 지표로 꼽히는 수출 상황도 좋지 않았다. 1년 전보다 24.3% 줄었는데 이같은 감소폭은 집계 이래 역대 세 번째로 크다.

펄펄 날던 미국 경제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3월 중순 이후 미국인 3천3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4월 실업률은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인 14.7%를 기록했다.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4.8% 감소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주식은 완전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월 하순 대폭락했던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는 빠른 속도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실물 경제와 상당한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 실물 경제는 엉망인데 주가는 왜 오르는 것일까?

◆마땅히 투자할 대안이 없다

가뜩이나 쥐꼬리 수준이던 금리는 코로나19 충격으로 더 떨어지면서 제로 금리 시대를 맞았다. 국내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떠도는 부동자금이 1천조원에 달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자 갈곳을 찾지 못했던 돈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외환·금융위기를 겪으며 학습됐던 우리 증시 회복성을 믿은 개인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여기에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증후군도 한몫을 했다. 포모증후군은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외톨이가 될 때 느끼는 두려움을 일컫는다.

자금력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번이 하늘이 준 기회"라며 주식시장에 베팅하자, 너도나도 "나만 뒤쳐질수 없다"며 주린이(주식+어린이)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들 중에는 부모가 물려준 재산 없이는 장미빛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2030세대도 다수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사들인 주식만 30조가 넘고 향후 주식 매수를 위해 대기중인 투자자 예탁금도 44조가 쌓여있다.

개미들의 '사자' 행진에 급락 이후 역사적인 거래 호황을 이어가면서 지난 4월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0조7천804억원으로 작년 12월(9조1천635억원)보다 2.27배나 급증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미국은 이를 놓고 '티나(TINA:There Is No Alternative) 마켓'이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사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주식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미국 정부는 신속하게 2조2천억 달러(약 2천600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경제 부양책을 펼쳤는데, 이를 바탕으로 경제가 반등하고 주가가 상승할 때 진입기회를 놓칠까 두려운 투자자들이 베팅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금 경제 상황은 심각하지만,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증시를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냥 낙관적 투자는 금물

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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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의 이런 적극적인 증시 투자는 코로나19 위기에서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방어해주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동학개미운동'이라고까지 불리는 이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은 과거 외국인 수급에만 의존했던 장세에서 벗어나 개인·외국인·기관이라는 수급의 3대 축이 만들어졌다. 이는 그만큼 코스피의 수급 동력이 견고해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동학개미운동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라는 리포트에서 "왜곡된 정보나 외국인의 일방적인 수급에 의한 주가 변동성을 줄이고 합리적 주식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국인의 투자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렇다고 낙관은 금물이다. 최근 지수 상승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선반영됐지만 2분기 이후 실물경제 충격은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증시가 실물과 괴리돼 일시적인 상승 기류를 탔지만 결국 주식은 기업가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 감소와 기업의 실적 부진은 결국 증시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키움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주가는 미래를 반영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기업 실적을 따라간다. 올해 기업 실적이 20~3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다. IMF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은 -6%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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