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때 고문을 당한 후유증으로 장애를 앓다 고독사한 고(故)권순형 씨의 영혼이 2년 만에 국립 5·18민주묘지에 묻힌다.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는 이달 중으로 故 권순형 씨의 묫자리를 광주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5·18 유공자인 권 씨는 2018년 3월 17일 대구의 한 주택에서 숨진 뒤 열흘 만에 발견됐다. 1980년 5월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은 뒤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그는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한평생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이상술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장은 "2014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권 씨 혼자 지내다가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며 "권 씨의 넋을 위로하고자 국립 5·18민주묘지에 안장하려 한다"고 했다.
이에 지난 13일 이상술 지부장과 권 씨의 형, 권 씨의 고등학교 동창 등은 경북 의성군 권 씨 장례를 지냈던 장소에서 위령제를 열었다. 어머니 묘 옆에 뿌려진 권 씨의 유해 대신 주변의 흙을 모아 함에 담았다.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이 흙을 담은 함이 묻힐 예정이다.

1980년 5월, 경북대 역사교육과 1학년이었던 권 씨는 대구에서 열린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군경합수부에 연행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는 석방된 뒤 5·18 민주화운동을 대구시민에게 알리려 거리에 다시 나섰다가 주동자로 몰려 대구에 있는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했다.
이후 1981년 4월 군에 강제징집된 권 씨는 3년을 채우지 못하고 2년 2개월만에 의가사 제대했다. 고문을 당한 후유증으로 정신병 증세가 심해진 탓이다. 평생 병을 앓았던 권 씨는 2003년에야 5·18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권 씨의 고등학교 동창인 황병윤(60) 씨는 "대구지역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고 하면 빨갱이로 몰리다보니 권 씨나 가족들도 쉬쉬하며 지낸 것 같다"며 "5·18 묘역에 묘 없이 흙만 뿌리려고 했다가 친지들이 광주에 가면 한 번씩 들를 수 있도록 묘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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