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처한다면서 묻지마식 보조금 지급 등 사회주의 정책이 부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시장경제 체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새삼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환기시키고 싶다.
인류의 생활이 최저생존 차원에 맴도는 '맬서스 사슬'(Malthusian Chain)을 벗어난 것은 산업혁명에 의한 생산성 증대 때문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로 가능해졌다. 자본주의는 국가의 탈취로부터 해방되는 사유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뜻한다. 사람(개인)과 국가의 투쟁에서 사람이 승리하여 개인의 자유가 확립된 결과가 자본주의이다.
국가권력을 늘리는 것이 사회주의라면 사람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자본주의이다. 세계의 역사를 보면 자본주의를 택한 나라는 인센티브를 갖는 개인의 근면, 저축, 창의성 발휘로 번영하였고 사회주의 국가는 쇠퇴하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에 이르러 구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하자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는 수명이 다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199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에서 인류는 이제 국가체제 진화의 최종 단계에 도달하였는바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며 이를 대체할 더 나은 체제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구소련 붕괴 후 30년이 지난 지금 역설적으로 서구 문명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사회주의가 인기를 되찾고 있다. 후쿠야마의 결론이 성급했던가? 최근 여론조사(Hill-HarrisX Poll, 2019)에 따르면 모든 사회 구성원이 균등한 소득을 지급받는 보편적 기본소득 (Universal Basic Income)에 미국 유권자의 49%가 찬성하며 특히 18~35세의 청년층은 찬성률이 72%라고 한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미국 정부가 1968~1980년 6개 주에서 4차례에 걸쳐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로 시험해 본 바 있다. 소득이 기본 수준 이하이면 미달액을 정부가 보조해 주었는데 그 결과는 현저한 노동 의욕 상실이었다. 노동시간 감퇴 효과가 기혼자의 경우 남편은 9%, 부인은 20%, 독신 여성은 25%, 독신 남성은 43%에 달했다. 그 결과 국가보조금이 감당할 수 없게 늘어서 마이너스 소득세를 폐기했던 것인데 보편적 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보수 야당의 총선 괴멸에서 보듯이 시장경제는 인기가 없다. 야당의 전략적 실수가 있었지만 국민 정서가 사회주의로 기울어진 것도 사실이다. 2018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의하면 정치 성향이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이 31%, 보수는 21%이다. 한국의 진보를 (사회민주주의를 포함한) 사회주의라고 볼 때 이념 전쟁에서 이미 사회주의가 이긴 것인가?
왜 자본주의는 우수성이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탄받고, 사회주의의 인기가 되살아나는 것일까? 그 이유의 하나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는 부자에 대한 시기심이 아닌가 한다. 찰스 디킨스의 명작 크리스마스캐럴은 자본가 에비니저 스크루지를 비정한 구두쇠로 묘사하고 있다. 구두쇠는 죄인이 아니다. 나름 절약하고 저축하였지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은 없다.
영미에서 스크루지가 지탄받듯이 한국에는 재벌에 대한 반감 정서가 있다. 재벌의 상속세 탈루를 비판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합리한 상속세제가 있다. 생전 고인이 세금을 납부하고 모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로 다시 징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로서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
삼성이 자녀 승계 포기를 발표하였지만 재벌의 가족 경영도 장점이 있다. 전문경영자가 기술적으로는 우월하겠지만 경영자(manager)와 기업가(entrepreneur)는 다르다. 성공적 기업 운영은 기업가 정신 즉 모험심, 창의성을 요구한다. 경영 기술은 미숙하지만, 세대에 걸쳐 축적된 노하우와 주인 의식으로 무장된 기업가가 가족 경영에서 많이 발견된다.
사회주의가 아닌 시장경제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나라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 아닌가? 가진 자에 대한 반감을 불식하고 자본주의의 장점을 재확인하였으면 한다. 재산권을 보호하고 국가 개입을 줄여간다면 경제 번영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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