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전세계를 덮쳤다. 등교하기 바쁜 아침에서 컴퓨터를 켜주기 바쁜 아침으로, 신규직원을 환영하는 회식은커녕, 식당에서도 '대화금지' 표어를 보며 한 줄로 나란히 앉아 침묵속에 하는 점심식사가 이제는 두달을 넘어가고 있다. 끝나는가 싶었던 분위기는 다시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님'으로 바뀌고, 일부 등교개학이 시작됐지만 찬반 양론은 계속되고 있다. 의료인들도 일반인들도 모두 지쳐가고, 어두컴컴한 이 터널은 언제 끝나는가 싶다.
친구 하나가 단톡방에 안부를 올렸다. 아버지가 암 수술을 하셨는데 상태가 너무 안좋다는 거였다. 의사들만 모여 있는 단톡방이었는데도 누구도 뭐라 시원한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딸이 유독 중2병을 혹독하게 앓았던 친구였던 지라 이제 좀 편안할까 싶었는데 마음이 너무 안좋았다. 또다른 친구 하나는 본인이 암전공을 하는 의사인데 남편이 암진단을 받았단다. 어머니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셔서 너무 힘든 상태에서 남편이 중병을, 그중에서도 하필이면 본인 전공인 암진단을 받아 자책이 심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해라, 힘내자, 뭐 이런 뻔한 얘기밖에.
예전에 딸이 뇌종양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를 위해 전과되었던 환자 보호자가 있었다. 현모양처의 전형이 저런 분이 아닐까 싶은 분위기의 아주 조신하고 우아한 분이었는데, 회진중에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셨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후 본인은 딸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이제 딸마저 이렇게 되었으니 자기는 이제 누구에게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냐고. 병실 복도에서 나를 붙잡고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하는데 내 가운이 다 젖어가도록 나는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재활이란 게 다시 살아난다는 뜻이니 열심히 해보자,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 뭐 이러한 얘기밖에….
하지만 지금은 5월, 찬란한 봄의 계절. 새삼스레 느낀다. 봄이 이렇게 찬란한 것이었나. 봄이 이다지도 눈부신 것이었나.
지나온 몇 달,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오고 심리지원 대책들이 쏟아질 정도로 우리의 겨울은 전에 없이 우울했었는데, 계절은 속임없이 올해도 찾아왔다. 더 눈부시고 더 찬란하게. 봄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기도 했다. 힘을 내라고, 봄이 다시 왔다고.
우리의 내일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일'이 찾아온다는 것. 우리에게는 오늘의 힘듬을 이겨내고 웃을 수 있는, 적어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내일'이 찾아온다는 것. 우울한 오늘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 당신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고, 이 봄은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는 모든 희망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고. 코로나 19가 뒤덮은 오늘, 하지만 빛나는 봄날이기도 한 오늘, 스칼렛 오하라가 남긴 교훈에 기대어 보는 건 어떨까.
손수민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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