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화웨이 숨통 조이는데 중국은 왜 맞대응 안하나

반도체 제재, '핵무기' 비유되나 실제 거래불허 사례 나올지 관건
반격하려면 미국과 전면전 각오해야…코로나19 충격 속 경제 궤멸 우려

지난 18일 중국 선진에서 열린 2020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에서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Rotating Chairman)이 기조 연설을 통해
지난 18일 중국 선진에서 열린 2020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에서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Rotating Chairman)이 기조 연설을 통해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는 불공정하며 미국의 국익에도 배치되는 비합리적인 조치이자 도살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연합뉴스

미국이 화웨이(華爲) 제재를 한층 강화해 중국이 반발했지만 곧장 반격에 나서지는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가 화웨이에 제품을 대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관련 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작년 5월부터 시작된 제재로 퀄컴 등 미국 반도체 회사들과 거래가 어려워지자 화웨이는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세계 최대 파운드리사인 대만 TSMC에 맡겨 위기를 넘겨왔다.

이번 조치는 화웨이와 TSMC의 협력이라는 '우회로'까지 틀어막아 화웨이가 스마트폰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부품을 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구체적인 반격 조치를 내놓지는 않아 주목된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이 곧장 반격에 나서 미중 양국 모두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전면전을 감수하기보다는 미국의 추가 행보를 관망하면서 대응 수위를 결정하려 한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우선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핵폭탄'에 비유될 정도로 매우 강력하지만 아직 실행된 것은 아니다. TSMC가 화웨이에 제품을 대기 위해 건건이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승인을 전면 거부할 것인지, 부분적으로라도 해 줄 것인지는 미국 정부의 선택이다. 미국의 의지에 따라 화웨이의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도, '적당한 고통'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중국의 심각한 경제 충격도 대응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6.8%로 근 반세기 만에 처음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앞으로 1%대 경제성장률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애플, 퀄컴, 보잉 등 미국 기업을 상대로 '불이익'을 줘 미국에 반격하는 것도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애플의 경우 미국을 상징하는 기술기업이지만 핵심 제품인 아이폰을 비롯해 대부분 제품이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애플을 공격하는 것은 적게는 수만명,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수십만명에 이를 수 있는 중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퀄컴 보이콧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개발 능력이 강한 화웨이와 달리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의 로컬 스마트폰 업체들을 포함해 많은 IT기업이 퀄컴 반도체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퀄컴을 제재하는 것은 아직은 화웨이 혼자 받는 미국 반도체 제재를 중국의 전 IT산업으로 넓히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곤란한 처지에 빠진 중국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지지도가 낮아져 그의 재선이 실패로 귀결된다면 이는 중국에 활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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