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삶은 과도한 감관의 피로를 강요하고, 의미 없는 인간관계를 계속 엮어나간다. 사막은 나에게 위대한 해독제였다. 매우 평범한 사막의 유목민처럼 고독하게 청춘의 3년을 유랑한 나의 삶은 해독의 한 극단적 실험이었다."
지은이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3년간의 사막의 고행은 나를 보다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최종적인 소득이라면 나의 삶과 나의 예술이 하나로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책이름 '문도선행록'(問道禪行錄)은 '도를 물어 선적으로 걸어간 기록'이란 뜻이다.
원래 그림을 그리다가 사진이라는 새로운 예술형식을 발견하고 행위예술의 생동하는 가치에 눈을 뜬 지은이는 전 세계 유명 사막을 둘러보며 사막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자기 삶의 행위로써 재현하는 아슬아슬한 고행을 겪는다. 36송으로 된 책은 서문에서부터 지은이의 여행 계기와 미지에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발가벗겨지듯 다가오면서 쉽게 책장을 덮게 해주질 않는다.
누구나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오지의 세계에 대한 여행을 한 번쯤 꿈꾸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녹록치 않다. 세상을 바라보는 유일한 인식의 차이는 머릿속에만 그리느냐 아니면 몸으로 직접 때워보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관점에서 지은이는 '실천하는 예술'의 선구자이다. 지구상을 대표하는 사막의 문화와 그 속에서 삶을 누려가는 사막인들의 생활을 마치 눈으로 보듯 자세하고 친절하고 맛깔 나는 언어로 표현했으며 사진가답게 많은 사진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우리의 눈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평소 여행을 통해 영혼의 소리를 듣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을 정도다. 미국에서 태어나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를 보내고 다시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후, 의학을 배우다가 서양화를 공부하는 등 다양한 지적 경험도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여행의 경로를 따라 가다보면 독자들도 어느 새 지은이를 따라 추경험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658쪽, 3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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