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진 시인이 2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지난 2002년 출간된 첫 시집 '생강나무'는 삶과 우주에 관한 철학적 질문이면서 그 대답을 향한 애끓는 몸짓이었다. 이번에 나온 시집은 현실적 삶 속에서 발견되는 애잔한 순간과 풍경들을 따라간 절절한 흔적을 형상화했다.
이 시집은 열정적으로 살아온 '약사(藥師) 시인'의 섬세하고도 진정성 있는 실존적 고백을 담은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집에 실린 산문 '낯선 곳'에서 저자는 "젊은 날 소리 없이 스며든 철학적 질문들이 존재에 대한 근원적 해답을 요구하며 오래도록 자신을 붙들고 있었다"라고 했다. 자신의 시가 그리움과 자유, 철학적 질문들을 통해 근원적인 해답을 궁구해 가는 경로에서 시작되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유독 '애잔한 순례자' 같은 유동적인 '길'의 이미지가 많고, 그 위를 아득하게 감싸고 있는 슬픔의 문양이 짙게 배여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려는 '그리움'이란 감상(感傷)을 동반한 심리와는 현저하게 다른 것이다. 오히려 어떤 깊은 존재론적 차원에 대한 갈망에서 오는 근원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시선은 주류로부터 밀려난 주변자들을 한결같이 향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에서 탑을 어루만지며 살아가는 김 노인과 군청 앞에서 농민의 세상을 외치던 이 씨, 약값 대신 쑥떡을 두고 간 허리 굽은 할매가 바로 그들이다. 이는 자신의 상처나 그리움을 기록하면서도, 개인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늘을 동시에 투사하는 관찰과 표현의 미학을 보여준다.
저자는 유독 오지를 찾아 떠돈다. 석양 무렵 시신을 태우는 인도 갠지스 강가 화장터이기도 하고, '오체투지'로 고행의 길을 가는 티벳의 히말라야 부근이기도 하다. 몽골에서는 우기에 끊긴 구겨진 길에 갇히기도 한다. 그러다 불쑥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고 발해의 유적지를 찾아 가는가 하면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 다시 타클라마칸 사막에 갈 꿈을 꾸기도 한다.
이렇듯 저자는 잃어버린 대상을 '그리움'으로 투시하고 거기에 자신을 던진다. 모험을 찾아 떠나는 낭만주의자, 또는 따스한 사랑을 확인하는 현실주의자로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는 삶의 깊이를 측정하는 진중한 '성찰'의 시인이라고 고백한다. 93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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