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꽃가루 날려요"…천덕꾸러기 된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4, 5월 분비하는 종자솜털이 꽃가루 알레르기 일으켜
한여름 열섬 효과 완화하는 데 도움…대구에 최적화된 효자 수종

대구 북구 칠성동 가로변에 양버즘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양버즘나무는 대구에서 세 번째로 많은 가로수다. 이수현 기자
대구 북구 칠성동 가로변에 양버즘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양버즘나무는 대구에서 세 번째로 많은 가로수다. 이수현 기자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으로 꼽히는 데다 성장 속도도 빨라 가지치기 등 손이 많이 가는 탓이다. 그러나 여름이 긴 대구의 특성상 양버즘나무만 한 효자 수종도 없다는 변호도 나온다.

대구시에 따르면 양버즘나무는 지난해 기준 대구에서 세 번째로 많은 가로수(2만9천873그루)다. 은행나무(5만1천793그루), 느티나무(4만7천871그루) 다음으로 많다. 대구지역 가로수(22만5천여 그루) 열 그루 중 한 그루(약 13%)는 양버즘나무다.

양버즘나무는 한때 대구 가로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대기오염이 있어도 잘 자라 도심 가로수로 적격이었다. 대구에서도 1970, 80년대 곳곳에 식재돼 1990년대 초반에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봄철 꽃가루 탓에 찬밥 신세가 됐다. 양버즘나무가 4, 5월에 분비하는 종자 솜털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양버즘나무 가로수를 앞에 둔 식당 업주 전모(56·북구 칠성동) 씨는 "여름에야 그늘 덕에 다니기 시원하긴 하지만 봄에는 꽃가루 때문인지 코가 시큰거린다"고 했다.

산림청도 2014년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수종으로 양버즘나무 등 16종을 꼽았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25일 오후 대구 서구 한 거리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양버즘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5일 오후 대구 서구 한 거리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양버즘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성장 속도가 빨리 가지치기 등 손도 많이 간다. 양버즘나무는 1년에 2m씩 가지가 자랄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빨라 꾸준히 가지치기 작업을 해야 한다. 한국전력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지치기를 한 가로수의 80% 가까이가 양버즘나무였다. 고압선에 가지가 부딪히면 정전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프리카'라는 별칭의 대구의 여름을 떠올리면 양버즘나무는 대표적 효자 수종이라는 옹호론도 적잖다. 큰 이파리 덕에 한여름 열섬 효과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2015년 산림청은 양버즘나무 한 그루로 하루 평균 50㎡ 에어컨 10대를 7시간 동안 가동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양버즘나무는 시설물이 아니라 생물인 만큼 시민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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