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고자 지은 양로 시설 '나눔의 집'을 점검한 결과 후원금을 부적정하게 쓰고 계약 입찰, 운영 관련 법률을 어기는 등 상당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경기도는 지난 13~15일 정의연에 이어 회계 부정 등 의혹이 제기된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했다고 20일 밝혔다.
그 결과를 보면, 나눔의 집은 기능보강사업(증축공사)과 관련해 지방계약법을 여러 차례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복지법인인 나눔의 집은 지방계약법에 따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거쳐 각종 계약을 진행해야 함에도 지난 2014~2019년 13건의 계약을 나눔의 집 홈페이지에서만 입찰 공고한 뒤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공고는 게시 일자를 연월만 표시해 공고기간을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했다.
경기도는 또 무면허 업체가 입찰했는데도 부적격 처리하지 않은 점, 수의계약을 할 수 없는 공사나 용역에 특정 업체와 다수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점 등이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후원금 관리와 운영에서도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나눔의 집은 2015년 9월~2019년 4월 출근 내역도 존재하지 않는 법인 산하 역사관 직원의 급여 5천300만원을 단체가 모은 후원금으로 지급했다.
지난 2015년 1월~2020년 4월에는 대표이사가 내야 할 건강보험료 735만6천원을 후원금으로 지출했다. 대표이사는 정의연의 회계부정 논란이 나온 이후 지난 11일 741만9천원을 반납했다.
이밖에 후원금을 자산취득비로 사용할 수 없는데도 토지취득비 약 6억원을 후원금에서 지출하고, 증축공사 13건 공사비 약 5억원을 후원금으로 지출하면서 담당 관청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후원금 전용계좌에서 법인운영비 계좌로 전출하거나 현금으로 받은 후원금을 후원금 계좌에 입금하지 않은 채 약 1천200만원(엔화 등 외화 포함)을 전(前) 사무국장 서랍 등에 보관한 사실도 파악됐다.
법인 이사회 회의록을 단 한차례만 법인 홈페이지와 경기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나머지를 모두 공개하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요양시설과 미혼모 생활시설 설치 등 법인 설립목적사업 일부를 이행하지 않은 점도 발견됐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이곳에 대해 노인학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증거 부족 등으로 학대사례로 판정할 수 없다"면서도 "학대위험을 내포한 '잠재 사례'"라고 판단했다.
도는 점검 결과로 나눔의 집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 처분하기로 했다. 아울러 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경찰과도 협조체계를 구축해 진상을 정확히 규명할 방침이다.
이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점검 사실을 밝히고 "책임은 책임이고 헌신은 헌신"이라며 "헌신은 존중하되 책임은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을 때 나눔의집이 피해 할머님들을 위해 선도적인 노력을 해온 점은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이번에 드러난 일부 과오들로 인해 그 대의와 헌신까지 부정되거나 폄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아무리 대의에 따른 선행이라 해도 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위기는 기회다. 이번 사태가 나눔의집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1992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는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6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95세다.
나눔의 집 후원금 문제는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 출신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후원금' 회계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해 쓰여지지 않았다"는 내부 고발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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