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코로나19와 고3 등교 수업

손정현 대구교사노조 정책실장(달성고 교사)
손정현 대구교사노조 정책실장(달성고 교사)

고3 등교 수업이 혼란에 빠졌다. 어렵게 20일 등교 수업을 결정했지만 인천에서 고3 확진자가 나오면서 등교 수업이 연기되거나 등교한 학생들이 급히 하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도 사상 초유의 사태에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혹자는 현행 입시상 3학년 1학기 학생부의 비중이 절대적인데 입시가 큰일이라며 더욱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또 3학년 1학기 수업을 조속히 실시해야 시험에 따른 내신 성적이 나올 것이고 수시 전형이 가능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과거 십수년간 입시의 뼈대이긴 하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아 다시 한 번 기본으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가장 기본은 학생의 안전과 건강이고 나머지 것들은 그에 맞추는 것이 타당하다.

조속한 등교 수업을 주장하는 이들은 3학년 1학기 내신 성적 산출을 강조한다. 1, 2학년때의 성적을 만회해야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타당한 주장인 듯 보인다.

그런데 3학년 1학기는 이미 3달가량 지나갔다. 지금 등교 수업을 계속 한다고 해도 1학기는 기껏해야 3개월이 안된다. 2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중간 및 기말시험을 두 번 치러서 그 성적으로 대학입시를 치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일일까?

그야말로 형식논리라는 생각이 든다. 형식논리라는 것은 관료들이 책임지기 싫을 때 가장 선호하는, 무의미한 논리이다. 어쨌든 시험만 치러서 내신 성적만 산출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필자는 학생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차라리 3학년 1학기는 원격 수업으로 가고 내신 성적은 1, 2학년 성적을 기준으로 산출할 것을 제안한다. 올해에 한하여 내신 성적 기준을 바꾸면 큰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지금부터 불과 2개월여의 성적으로 대학입시를 치르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안정적이고 학생의 노력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1, 2학년 때 성적이 저조했던 학생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그러나 어떤 방식을 취하든 문제는 제기될 것이다. 현재부터 2개월 남짓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의 내신 성적은 신뢰하기 어렵다. 그 노력도 아주 단기간의 노력일 뿐이다. 그보다는 이미 공정하게 산출된 1, 2학년 2년간의 성적이 훨씬 더 학생들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며 정의라는 관념에도 부합될 것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기회가 오기도 하고 아쉬운 순간이 지나가기도 한다. 입시라고 해서 그것을 피해갈 수 있겠는가? 1, 2학년 때 성적이 아쉬워서 만회하려 했던 학생들도 이번엔 건강을 위해 양보하고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그것이 삶의 방식일 수도 있고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삶의 통과의례같은 일일 것이다.

기회는 항상 오지는 않는다. 이 소중한 사실을 이번 사태를 통해서 알게 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회는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다. 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진짜 배움이라는 것은 사실은 책보다는 책 밖에 더 많은 법이다.

손정현 대구교사노조 정책실장(달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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