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나는 인정받을 때 더 잘한다

송석화 메시지캠프 대표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우리는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한다. 칭찬이 없으면 불안하고, 주변 사람들이 불편할까 봐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도 하며,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내게 의미 있는 사람일수록 인정 욕구는 간절해진다. 조직관리 전문가인 피터 브레그먼(Peter Bregman)은 미국 IT회사의 유능한 직원인 래리의 사례를 소개한다. 래리는 1억원이라는 통 큰 보너스를 받고도 돌연 사표를 냈다. 그의 팀장이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책상 위에 수표를 놓고 갔다는 것이 이유였다. 래리의 지갑은 채워졌지만 심리적 보상은 충족되지 못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적 보상은 당신이 얼마나 일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물질적 보상은 인정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다. 두 달에 한 번씩 보너스를 주는 회사가 왜 존재하겠는가. 물질적 보상이 지나치게 적으면 근로 의욕의 저하나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물질적 보상이 2배 늘어났다고 해서 근로 의욕이 2배 또는 그 이상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연봉 인상이나 승진 등 외적 보상은 휘발성 높은 알코올이나 복용량이 늘어나는 진통제와 같다. 직원이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방법일 뿐, 오로지 돈 때문에 하는 일로 변질되거나 금세 그 이상의 보상을 요구하게 된다. 특히 변화가 빠른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외부의 반응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인정이라는 중독에 취약하다. 회사에만 가면 답답하고 무기력하다는 직장인들의 호소가 그 방증이다. 인정 욕구의 결여는 절망과 분노를 야기하고, 오히려 다른 물질적 보상을 통해 그 허기를 채우려 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칭찬에 인색하기만 하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성실하고 진실하게 일한다고 해서 모든 이가 항상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가급적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다 보니 나이가 들어서도 표현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앞만 보고 달리기에도 바쁘다거나 질투, 경쟁심과 같이 칭찬을 방해하는 요소들에 의해 정신적인 인정은 결여되고 물질적인 보상에만 그치게 된다. 리더라면 직원들의 노력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감사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칭찬을 받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금전적 보상을 받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일치한다고 한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보너스를 준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칭찬은 가성비 최고의 방법이지 않은가.

물질적 보상과 정신적 보상은 인정 욕구를 구성하는 2개의 축이다. 전자는 생물학적 생존을 위해, 후자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개인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어느 쪽에 더 방점을 찍느냐는 문제는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철학자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인간은 삶의 전 차원에 걸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다고 했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인정할 때다. 인정은 상대방의 존재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며 열정 엔진이 돌아가게 하는 연료다. 인정 욕구는 사람마다 요구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타인을 인정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자신감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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