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으로 숨진 경산 고교생 유족 "정부 사과·진상규명"

코로나시민대책위 "특별환자 대책 마련해 의료공백 없애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공백 속 급성 폐렴증세로 숨진 고 정유엽 군의 유가족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아들의 사망 경위와 의료대응 문제점에 대해 증언했다.

당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돼 치료 적기를 놓치고 숨진 경산 17세 학생 정유엽 군 부모가 정부에 의료공백 문제 해결과 진상조사를 호소했다.

21일 정 군 부모는 참여연대, 코로나19사회경제위기대응 시민사회대책위(코로나시민대책위)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코로나19 중심의 국가 의료체계 탓에 일반 환자가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숨졌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정군 아버지는 이날 "아들은 기저질환도 없었고 단순 감기로 시작된 고열과 폐렴으로 젊디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죽었으나 모든 곳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사후대책을 내놓고 병원에서 조치한 모든 의료행위를 진상조사 해달라"고 청했다.

정군 아버지는 또 질병관리본부와 정 군을 돌려보내거나 치료한 병원이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매뉴얼을 준수한 결과로 어린 학생 1명이 억울한 죽음에 처했다"며 "질병본부는 코로나19 음성으로 판정되었기에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고 하고 병원 측은 자신들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어떠한 사과도 없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 사동에 살던 정 군은 지난 3월 비오는 날씨에 감기 기운이 있던 가운데도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고자 1시간가량 줄을 섰다가 귀가한 뒤 고열을 호소했다. 그는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탓에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경산과 대구의 의료기관을 전전해야 했다.

전문가는 감염병 대확산기의 '의료 공백'을 없애 사태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은 "당시 지역사회 선별진료소는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았다. 지역사회 국민안심병원은 코로나 의심환자를 병원 안에서 진료할 수 없어 환자를 귀가시켰다"면서 "고열을 동반한 비정형 폐렴 의심 환자가 코로나19 의심을 받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것은 진료공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코로나19 의심환자의 감염 여부 확인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 ▷투석환자 등 특별환자에 대한 실태파악 및 대책 필요 ▷코로나19로 의심되는 호흡기증상, 발열환자 지역사회 진료 외 체계의 명확화 등을 제시했다.

한편, 코로나시민대책위는 코로나19 의료 현장에서 혹사됐던 간호 노동자들 현실을 고발하며 처우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대구경북 간호사들은 계속되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고 장시간 근무로 집중력도 떨어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는커녕 스스로 감염을 예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확진자를 돌보던 간호사 10명이 감염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은 하루아침에 강제파견이 됐고 제대로 된 예방치료 교육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도 못했고 확진자 치료 뒤 휴식기간을 부여받기는커녕 상당수가 보상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전 국장은 ▷코로나19 치료 간호사 적정 수 배치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간호사 훈련 ▷간호인력 하한선 법제화 ▷간호사 처우 개선 ▷공공인력 확충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