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는 초강수를 두고 나서면서 코로나19 확산 책임과 관련해 충돌을 빚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가 한층 더 험악해지고 있다. 홍콩에서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장예쑤이(張業遂)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지난 21일 밤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인대 회의에서 논의되는 9개 의안 중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보안법률 제정에 관한 의안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에 관한 결의안 초안이 이르면 다음 달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입법 절차를 거치면 홍콩의 국가보안법은 효력을 갖게 된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중국 전인대가 직접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는 것은 중국 지도부의 강경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홍콩의 법률은 기본적으로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통해 제정되지만 중국 의회인 전인대는 홍콩의 법률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23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기본법 23조는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국가보안법이 제정, 시행될 경우 대규모 시위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민주 인사가 홍콩 선거에 참여하는 것마저 막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은 홍콩 주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는 국가보안법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성명이 중국의 약속과 의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홍콩의 자치와 자유에 대한 약속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이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시행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원에서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단체를 제재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처벌하는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홍콩 야당도 중국 전인대의 국가보안법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했으며 지난 2003년이나 지난해의 대규모 시위 사태를 재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우치와이(胡志偉) 주석은 "이러한 방식의 홍콩 통치는 홍콩인들의 거센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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