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대북 제재 조치를 사실상 폐기로 몰아가려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에 미국 정부가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간)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남북 협력이 반드시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제재 완화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앞서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5·24 조치가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며 "남북 교류를 추진하는데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게 5·24 조치의 폐기로 해석되자 21일 김연철 장관은 아니라면서도 "장애물은 아니다"며 여 대변인과 똑같은 취지로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5·24 조치를 사문화(死文化)하겠다는 것이다.
5·24 조치는 이명박 정부가 2010년 천안함을 폭침한 북한을 응징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협을 전면 금지한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 제재이다. 지금까지 일부 조항이 완화되긴 했지만 '천안함을 폭침한 북한에 대한 대응 조치'로서의 기본 틀은 유지돼왔다.
문재인 정부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018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이 있었지만, 미국이 반발하자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해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없다"며 해제하려면 "(북한의) 천안함 관련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통일부의 '실효성 상실' 판단은 앞으로 5·24 조치와 상관없이 대북 접촉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판단이다. 총선에서 압승했으니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못할 것이 없다'는 오만함마저 느껴진다. 5·24 조치의 해제든 사문화든 그 대전제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인정과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남한의 자작극, 모략극으로 몰았다. 그런데도 왜 5·24 조치를 형해화(形骸化)하려는지 모르겠다.
문 정부는 올 들어 대북 유화(宥和)에 부쩍 조급증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기념 연설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가자"고 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북한의 대남 전략인 '우리 민족끼리'에 스스로 말려들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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