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코로나 이후의 시대, 방역의 주체가 되자

정해모 대구서부소방서장

정해모 대구서부소방서장
정해모 대구서부소방서장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00일이 되었다. 이후 확진자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더니 급기야 하루 700명을 훌쩍 넘어서기까지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공포와 함께 과연 끝이 있기는 할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왔지만 성숙한 대구시민들과 의료진, 소방대원들은 묵묵히 버텨내왔다.


힘들었던 싸움이 오래된 탓인지 지난 4월 10일 신규 확진자가 53일 만에 처음으로 0명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우리 대원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우리가 방심하는 순간 시민의 안전은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자원집결지를 운영해 소방력을 총집결해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소방청 동원령에 따라 전국 각지에 있는 구급차가 대구에 투입됐다.


대구 소속 23대를 포함해 최대 147대의 구급차가 현장을 누비며 지금까지 8천800여 명을 이송했다. 철저한 예방으로 이송한 대원들이 감염되거나 전파가 되는 일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필자가 있는 대구 서부소방서 구급대원들도 가족들과 한동안 떨어져 지내며 감염병 차단에 힘을 보탰다. 우리 서부 구급대원이 코로나19 출동으로 이동한 거리는 서울과 부산을 23번 왕복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신문인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가 세상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코로나 발생 이후의 삶을 살고 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과 생활 속 거리두기에 대한 우리 시민들의 꾸준한 참여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지만, 최근 무증상 감염 및 재확진으로 인한 지역사회 전파와 재유행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리 스스로 방역의 주체와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은 지금까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힘들고 안타깝지만 우리가 경험한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는 자비가 없다. 우리 대원들도 환자를 이송하거나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할 때에도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소독과 감염 방지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바이러스는 우리 대원들의 선의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 여러분들 스스로 방역과 안전의 주체와 대상이 되어 주어야 한다. 생활 속 거리두기 개인 방역은 5대 기본 수칙과 4개 보조 수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 수칙은 ①아프면 3, 4일 집에 머물기 ②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간격 건강 거리두기 ③30초 손 씻기, 기침은 옷소매 ④매일 두 번 이상 환기, 주기적 소독 ⑤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등 5가지이며, 보조 수칙은 ①마스크 착용 ②환경 소독 ③65세 이상 어르신 및 고위험 생활 수칙 준수 ④건강한 생활 습관 등 4가지다.


우리는 이미 엄청난 사태를 온몸으로 견뎌낸 자랑스러운 대구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되 방심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지난 몇 개월 우리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방역 활동에 더욱 담금질해야 한다. 앞서 여러 번 경험했다는 기억에 사로잡혀 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될 때 자기가 편한 대로 상황을 인식하려는 '경험의 역기능'을 경계한다면 코로나19를 물리친 자랑스러운 대구시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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