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신임 아양아트센터 관장이 5년여간 공석이었던 자리를 채웠다. 그는 지난 2월 부임하자마자 코로나19 시국을 맞았지만 센터 재정비를 위해 물 밑에서 분주히 발을 놀리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사업부장(정규직)을 지낸 그가 안정적인 자리를 포기하고 계약직인 관장을 택한 이유는 뭘까. 김 관장은 "아양아트센터는 하얀 백지다. 지역민 요구에 맞게 스케치를 그리고 색을 입혀 멋진 그림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수성아트피아에서 아양아트센터로 옮기면서 어떤 결심을 했나?
-'명품 극장'이라는 색이 입혀진 수성아트피아와 달리 아양아트센터는 앞으로 브랜딩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타 지자체(수성아트피아 제외)에 비해 예산이 많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콘텐츠 기획에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역민을 대상으로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어떤 사업을 높이 평가하는지 등 수요조사를 하고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그림의 주제가 결정될 것이다.
▷6년 만에 관장 공석을 채웠다. 그동안 센터는 어떻게 운영됐나?
-선장이 없는 동안 경험과 연륜이 있는 직원들이 나름대로 센터를 잘 운영해왔다. 그러나 수장이 없다보니 조직이 조금 느슨하게 운영된 측면도 있었다. 부임 직후 과거 공연 기획 예산 내역을 검토하고, 앞으로 예산을 집약적이고 효율적으로 쓸 생각이다.
▷아양아트센터 운영에 대한 밑그림이 나왔나?
-나는 역발상을 하려고 한다. 구립 극장 모두 명품 공연장을 만들겠다고 혈안이 돼있지만, 우리는 지역 밀착형으로 갈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생활예술 문화'다. 취미나 동아리로 예술을 하는 분들 중 자질이 있는 사람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이들이 선호하는 공연장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6회째인 아양예술축제 기간을 1주일로 확대해 유럽 동네 페스티벌처럼 만들 것이다. 최대한 많은 장르의 공연을 올릴 계획이다. 그래야 많은 지역민이 찾는 지역 밀착형 구립 극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또 생활문화센터를 리모델링해 200석 규모의 다목적홀로 만들 계획이다. 생활예술단체를 양성하기 위한 거점 공간이 될 것이다.
▷그 외에 임기 내에 해내고 싶은 다른 과제는?
청소년교육문화의 거점으로서 예비 예술인(청소년) 육성도 큰 과제다. 야외 소극장(약 200석 규모)을 리모델링 해 청소년들이 무료로 장기, 기술 재능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각 학교마다 동아리가 있지 않나. 동아리에 무료로 공간을 제공해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겠다. 죽은 공간이었던 야외 소극장을 살리면서 청소년 문화예술 지원도 하는, 일석이조의 정책이다.
예술아카데미에는 예술영재스쿨을 만들고 싶다. 돈은 없고 재능은 있는 아이들에게 유명 교수나 강사진에게 트레이닝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무용이나 뮤지컬 분야에 대해 공개모집을 통해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교육청과도 긴밀히 협의하겠다.
▷수성아트피아 사업부장으로서의 경험을 살린다면?
-구립 극장은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방법은 국비 사업을 따오거나 기업 협찬을 받거나 후원회를 만드는 것인데 이 중 후원회를 만들 것이다. 대구 전역에 문화 복지에 관심있는 기업인들이나 개인을 후원인으로 모실 것이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객석기부제, 젊은 신진작가들 전시 사업, 예술영재스쿨 등에 쓰일 예정이다.
▷동구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를 만들 계획도 있나.
-동구의 지역적인 형상을 보면 금호강과 팔공산을 끼고 있다. 그야말로 백의민족의 터전 아니겠나. 향토색이 짙은 음악과 한국의 정서이 담긴 뮤지컬을 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역 창작뮤지컬은 초연으로 그치고 다른 극장에선 공연되기 힘들다는 특성이 있는데, 우리는 최소 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명품 뮤지컬을 만들어 다른 지역 무대에도 올릴 것이다.
아양아트센터는 극장 가동율이 70%다. 그만큼 대관이 잘 된다는 거고 현재로서도 수익성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문화예술 분야는 사회 환원사업으로 접근해야지 수익성을 내려고 하면 안 된다. 배기철 동구청장과 유형의 수입보다 무형의 수입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동구민의 문화 복지의 밑거름이 되는 극장으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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