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119종합상황실 직원이 한밤 중 화재 신고를 받고는 건물 내 요양원이 있다는 사실을 재빨리 파악하고 조치한 덕분에 노인 27명 목숨을 살렸다.
대구소방안전본부(본부장 이지만)에 따르면 26일 오전 0시 3분쯤 대구 남구 대명동 한 5층짜리 건물 1층 마트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119종합상황실 직원은 건물 주소지를 확인하던 중 같은 건물 2~5층에 요양원이 입주했음을 파악했다. 상황실 직원은 곧장 소방에 등록된 요양원 관계자에게 연락해 불이 난 사실을 알리고서 소방대가 도착할 때까지 초동 조치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요양원에는 환자 27명과 직원 4명이 있었다. 환자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으로, 90대만 9명에 달했다. 상황실 직원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이 같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연락을 받은 요양원 관계자는 소방대가 도착할 때까지 젖은 수건으로 노인들 호흡기를 보호하고 건물 문과 창틈의 연기 유입을 최소화했다. 환자들이 누운 침상도 좀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 모아 구조하기 쉽도록 대비하는 등 인명피해 예방에 힘을 더했다.

건물 1층에서 시작한 불길과 유독가스가 점차 건물 전체로 퍼졌다. 소방대는 화재 발생 4분 30초만에 현장에 도착해 20여 분만에 불길을 잡았다. 심야 일반 상가 화재에는 1개 구조대가 출동하지만 요양원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3개 구조대가 출동해 신속히 구조했다.
건물 내 22명이 소방대원 도움으로 대피했고, 5층에 있던 노인 5명은 옥상에 대피시켜 불이 완전히 꺼진 다음 건물 밖으로 안전하게 구조했다.
구급대는 사고 현장 주변에 임시 응급의료센터를 차리고서 환자를 분류한 뒤 구급차 12대로 병원, 다른 요양원 등에 노인들을 분산 이송했다. 26명이 다른 요양병원으로, 다른 1명은 집으로 각각 옮겼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노인들은 연기를 흡입한 것 외에 부상 등 피해가 없었다.
요양원 원장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소방대원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큰 도움을 받았다"며 "요양원 입소 노인 대부분은 80~90대로 고령에다 거동도 불편해 화재 직후 걱정이 컸는데 소방관들의 빠른 대처와 활약 덕분에 한 분도 다치지 않고 위기를 모면해 감사하고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 조사 결과 불은 1층 마트 바깥 간이 창고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불을 발견한 마트 직원들이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으나 불길을 잡지 못했다.
이 불로 1층 마트와 건물 외벽 등 200㎡가 타 소방서 추산 2천625만원 재산피해가 났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