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탈원전의 그늘’, 이제는 논밭마저 잠식하는 태양광

경북지역의 논·밭 곳곳이 건물 위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위한 축사·재배사 등으로 변해가고 있다. 예천군 논·밭에 지어진 축사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윤영민 기자
경북지역의 논·밭 곳곳이 건물 위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위한 축사·재배사 등으로 변해가고 있다. 예천군 논·밭에 지어진 축사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윤영민 기자

탈(脫)원전의 대안이라는 태양광 발전소가 이제는 농지마저 잠식하고 있다. 관련 규정을 악용한 일부 사업자들이 허울뿐인 축사 등을 농지에 세우는 수법으로 사실상의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이다. 안 그래도 산림 훼손 및 환경 파괴 등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켜 온 태양광 발전시설이 급기야 농지마저 갉아먹고 있는 꼴인데도 단속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절대농지 보호를 위해 현행 관련 법은 논밭에서의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농지 위에 축사, 재배사, 사육사 등 농업용 건축물을 짓고 지붕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얹는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허가상으로는 축사이지만 가축 사육은 시늉일 뿐인 태양광 발전소가 농촌 지역에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태양광 발전소 때문에 멀쩡한 밭을 갈아엎는 일이 비일비재라고 하니 여간 심각하지 않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관련 법상 맹점 때문이지만 정부 정책이 부추겼다고도 볼 수 있다. 2018년 정부가 태양광 발전시설의 산지(山地) 전용을 금지하고 건축물 위 설치로 정책 방향을 틀었는데, 이것이 농지 잠식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점이 불거지자 지자체들은 태양광 발전시설의 농지 잠식을 막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면적당 몇 두의 가축을 키워야 축사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의 규정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친환경으로 포장된 태양광 발전은 탈원전의 대안 수단으로서 효율성을 인정받기보다 환경 파괴와 산사태 발생, 농촌 지역 갈등 유발 등 숱한 문제를 양산해 왔다. 애물단지 태양광 발전이 논밭마저 위협하게 놔둘 수는 없다. 관련법부터 시급히 정비해 축사 등으로 위장된 태양광 발전시설이 농지에 들어서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안 그래도 2016~2018년 2년 동안 축구장 6천 개 규모의 산림이 태양광 발전소로 인해 사라졌는데 이런 전철을 되풀이해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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