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구의 닮은 두 어른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한·일 양국 학생들이 가깝게 지내며, 역사를 올바르게 공부해… 알도록 해야 한다."(이용수), "지난 아픔을 잊지 않고 두 나라 젊은이들의 앞날을 봐야지요."(우대현)

올해 92세인 '여성 인권활동가' 이용수 할머니나 77세의 우대현 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 준비위원장은 서로 만난 적도 없지만 생각은 같다. 모두 일제강점기 피해자이다. 위안부로서, 독립운동가 아들로 결코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했다. 고된 날들이었만 오히려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은 본받을 만하다.

일제 만행을 세상에 드러내 다시는 몸서리치는 인권 유린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어느 누구도 쉽게 할 수 없었던 옛 상흔의 증언을 위해 멀고 가깝고를 가리지 않고 나라 안팎을 다니며 절규했기에 이 할머니를 이젠 당당히 '여성 인권활동가'라 불러도 충분할 만하다. 무엇보다 한·일 두 나라의 미래를 향해 제시한 걱정과 미래 세대를 위한 배려는 어떤 가르침보다 귀하고 받들 만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오랜 삶의 달관(達觀)에 이른 연륜과 깊은 사색과 고뇌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경책(警責)과 다름없다.

특히 이미 돌아가셨거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삶에 대한 의지의 끈을 놓지 못하는 17명 생존 할머니를 위한다며 지난 30년 감쪽같이 속이고 추한 모습을 감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그를 둘러싼 한 무리의 그릇된 행위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또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에 크고 작은 희생까지 감수한 우대현 위원장의 말과 행동도 인권활동가 할머니의 외침과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회오리 속에 힘겹게 발품 팔며 대구 안팎의 300명 발기인을 모은 그의 바람은 앞날을 위해 옛날 아픔을 기억하도록 하는 일이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되, 한·일 두 나라 젊은이만큼은 앞세대와 달리 서로 배려하는 우정의 인연을 잇고, 우호 교류의 다리를 놓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공간 역할을 하는 시설을 지으려 나이를 잊고 뛰는 셈이다.

이들 두 어른의 다르면서, 같은 길은 역사란 결국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디딤돌로 삼아야 하지, 소위 한밑천 잡거나 정치적인 이해타산을 노린 일탈이 되어선 결코 안 된다는 깨달음이다. 이런 두 어른의 속 깊은 뜻을 윤 당선인 같은 약은 속세 인물이 과연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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