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종로2가의 60㎡ 남짓한 공간 '청년 팝업 레스토랑'. 외식업으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은 청년들이 실제 개업에 앞서 자신만의 음식으로 승부하며 3개월간 실전 경험을 쌓는 공간이다. 신청 후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청년들은 이 공간에서 각자 자기의 자리를 확보, 지원받은 설비 등으로 각기 다른 음식을 요리, 판매한다.
박한울(35), 김본(31), 김선주(27) 씨도 이곳을 꿈에 닿기 위한 발판으로 낙점하고 3월 중순부터 영업을 시작하려 했다.
그러던 지난 2월, 전혀 예상치 못한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이들 앞을 가로막았다. 이들에게 주어진 기간은 3개월뿐인데, 시작도 못한 상황에서 시간만 무심하게 흘러갔다. 코로나19의 공포를 이겨낼 재간은 없었다. 영업의 시간이 왔지만 감염 불안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문을 열 수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도 이들의 꿈과 의지를 꺾지 못했다.
이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청년 특유의 도전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며 늦었지만 지난달 8일 포장주문식 테이크아웃이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고객들이 배달음식을 선호한다는 것에 착안, 배달앱을 활용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비로 인테리어를 바꾸고, 홍보인쇄물도 만들어 뿌렸다.
이곳에서 김밥을 만들어 팔고 있는 김선주 씨는 "가게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던 차에 모집 공고를 보고 좋은 기회로 여겨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중국집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우며 요리의 기초를 배웠다는 박한울 씨도 경험을 쌓기 위해 이곳에서 대만식 우육면을 판매하고 있다.
레스토랑 상황 개선의 일등공신은 '고객의 소리'였다.
단골손님이 생기자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박한울 씨는 국물 농도가 진하다는 한 손님의 말을 듣고 레시피를 수정했다. 박 씨는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의 피드백을 최대한 들으려 했다"며 "진심으로 경청하니 단골이 7명 정도는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주 씨도 "김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국물이 나오면 좋겠다", "좀 더 매운 맛이 나면 좋겠다"는 단골손님의 조언을 놓치지 않고 반영했다.
대구시의 청년 지원 사업인 '청년 팝업 레스토랑'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2018년 9월. 이들은 6번째 기수다. 박 씨는 "손님과 대면해 장사를 할 때마다 한층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안정돼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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