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中 '홍콩보안법' 반대 1표로 통과…미·중 격돌 예고

美 "홍콩이 누리던 특별지위 상실 가능" 언급
아시아 금융 중심지 홍콩 위상하락 불 보듯 뻔해

10일 홍콩 몽콕에서 경찰이 홍콩의 독립을 위한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시민을 체포하고 수갑을 채우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홍콩 몽콕에서 경찰이 홍콩의 독립을 위한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시민을 체포하고 수갑을 채우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반대 1표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표 차로 통과시켰다. 미국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홍콩자치권 조사 등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결국 홍콩보안법이 통과 돼 미중 격돌이 예상된다.

홍콩에 정보기관을 세워 반(反)중국 행위를 막는 내용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미중 갈등의 전선이 무역 마찰과 중국 정보통신기업 화웨이 사태, 코로나19 책임론, 대만 문제 이어 홍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홍콩, 중국으로부터 자치권 누리지 못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의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의회에 1997년 7월 이전에 미국법이 홍콩에 적용되던 같은 방식으로 홍콩이 미국 법 하에서의 대우를 계속 보장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홍콩 문제와 관련,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 및 미국의 외교 정책과 맞닿아있다.

영국령이던 홍콩은 1984년 중국과 영국이 체결한 '홍콩반환협정'에 따라 1997년 7월 중국에 반환된 뒤에도 폭넓은 자치권을 인정받아왔다. 홍콩은 중국의 일국양제 원칙하에 2047년까지 50년 동안 현 체제를 유지하고 국방, 외교를 제외한 입법, 사법, 행정, 교육 분야에서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근거해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에도 홍콩에 중국 본토와는 다른 특별한 지위를 인정해왔다. 이 법은 미국이 홍콩에 무역, 관세, 투자, 비자 발급,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 허용 등 중국의 여타 지역과는 다른 특별 대우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 추진을 놓고 대규모 시위 속에 중국의 개입과 홍콩 정부의 폭력 진압 등이 이어지면서 자치권이 후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24일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24일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홍콩인권법' 홍콩의 자치권 떨어지면 특별지위 박탈 결정 가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7일 홍콩의 자치권과 인권을 지지하고자 의회가 통과시킨 홍콩인권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미국이 매년 평가를 통해 홍콩의 자치권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의 인권 유린 등 기본권을 억압하는 인물에 대한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내용도 담았다.

홍콩정책법과 홍콩인권법에 따르면 미 대통령은 홍콩이 미국의 특정 법률 조항에 따른 대우를 정당화할 만큼 충분히 자율권을 누리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행정명령을 통해 해당 법의 적용을 종료하거나 중단하는 등의 조처를 내릴 수 있다.

이번 발표는 미국 입장에서 '일국양제'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며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홍콩 문제와 관련, 중국에 '강력한 대응'을 공언해왔다. 어떤 수위의 결정이 내려질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특별지위에 변화가 생긴다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 약화가 불가피하다. 곧바로 특별지위 박탈이라는 '초강수'가 나올 경우 더욱 파장이 클 수도 있다.

◆ 美 매체들 "홍콩인권법 외에 중국 압박할 카드 다양"

뉴욕타임스(NYT)는 국무부의 평가는 정책 방향에 대한 권고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관리들은 이제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를 저울질할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미국이 먼저 무역을 포함해 홍콩과의 협력을 끊을 특정 분야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홍콩과의 특별 관계를 완전히 끝내기 위해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 행정부는 홍콩의 특별지위 철폐와 중국에 대한 제재를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며 국무부 발표는 미국이 취할 절차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조치의 강약과 상관없이 홍콩에는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홍콩의 주요산업인 금융업 특성 상 안정적인 영업과 고객의 신뢰 확보가 중요한데 외부에선 향후에도 미중 갈등이 격화해 홍콩에 정치적 혼란과 사회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상황이다.

미 재무부는 홍콩을 탄압하려 시도하는 중국 관리와 기업, 금융기관에 대해 자산 동결과 입국 금지 등 광범위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날 보도하기도 했다.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기존과는 달리 홍콩 제품도 중국산으로 묶여 관세가 매겨진다. 무비자 정책도 향후 엄격한 중국 비자 규정을 적용받게 돼 기업 활동에도 타격이 예상돼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홍콩을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에서 세계와의 연결 통로로 활용해온 중국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홍콩의 지위 약화는 엄청난 손실이라는 점에서 향후 중국의 대응에도 세계 각국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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