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 사드기지 수송작전 경찰·주민 충돌…5명 부상

서울, 경기경찰청 등 경찰 3천700여 명 투입
철구조물에 신체 결박하고, 사드 장비 반입에 울음 터뜨려

사드 기지 진입통로 확보에 나선 경찰이 농성 중인 한 종교관계자를 격리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사드 기지 진입통로 확보에 나선 경찰이 농성 중인 한 종교관계자를 격리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29일 새벽 경북 성주군 소성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사드 관련 장비와 시설개선 공사 장비를 기습 반입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사드 반대 측이 충돌했다. 할머니 2명을 포함한 여성 4명이 허리와 팔을 다쳐 구급차로 옮겨졌고, 남성 1명은 응급실로 이송됐다.

소성리는 전날인 28일 오후 5시쯤부터 경찰병력 수백명이 배치되면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고, 오후 9시쯤 사드 기지 장비 반입 움직임이 감지되자 일부 마을주민과 사드 반대 측은 농성에 들어갔다. 소성리 종합상황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급히 소성리로 모여줄 것을 호소했다. 강현욱 사드 철회 종합상황실 대변인은 "그전에는 조금이라도 언급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완벽하게 없었다. 경찰 병력 들어올 때까지도 몰랐다"고 했다.

오후 10시쯤 70여 명의 사드 반대 측은 사드 기지 입구인 진밭교로 옮겨 사각 철구조물에 자기 몸을 고정하고 길을 막았다. 그 주위를 경찰이 둘러쌌다. 한 농성 참가자는 "자리를 떠면 격리되기 때문에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실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번 작전에 서울, 경기경찰청 등 소속 경찰 3천700여 명이 투입됐다. 수적으로 우세한 경찰은 사드 반대 측을 뿔뿔이 분산시켰다. 집에 있던 주민들은 진입 길목을 막아 아예 농성장을 갈 수 없었다. 수차례 경고방송에 이어 오전 3시 15분부터 시작된 진밭교 이동통로 회복 작전은 1시간도 안돼 끝났다. 경찰에 이끌려 나가던 한 종교인은 "국가가 이렇게 할 수는 없다"며 격렬하게 저항하다 일순간 의식을 잃기도 했다.

29일 사드 장비를 실은 주한미군 차량이 경찰의 경계 속에 사드 기지로 들어가고 있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29일 사드 장비를 실은 주한미군 차량이 경찰의 경계 속에 사드 기지로 들어가고 있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길이 열리자 사드 장비로 추정되는 주한미군 차량이 줄지어 기지로 들어갔고, 공사차량이 뒤를 이었다. 경찰벽에 막혀 격리된 한 여성은 요격미사일로 추정되는 주한미군 차량이 기지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고는 "코로나 정국에 그것도 새벽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이유가 바로 저것 때문이다. 사드 미사일 때문이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종희 소성리 성주사드저지투쟁위원장은 "국방부는 장병 복리후생을 위한 공사에 대해선 언급했지만, 사드 장비 반입은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며 "이날 기습 반입으로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사드철회평화회의는 이날 오후 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드 미사일 장비 기습 반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장비 추가 반입을 위해 소성리의 일상을 짓밟은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사드철회평화회의 관계자들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드 미사일 장비 기습 반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사드철회평화회의 관계자들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드 미사일 장비 기습 반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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