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A(68) 씨는 요즘 차량 에어컨을 틀기가 무섭다. 에어컨을 틀고 손님과 밀폐된 공간에 같이 있으려니 혹여나 에어컨 바람을 타고 비말이 전파될까 찜찜해서다.
A씨는 "환기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아 손님이 내리면 모든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가 얼마 만에 전파되는지 잘 모르니 당장 한여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무더운 날씨가 예고된 가운데 다중이용시설 업주들을 중심으로 에어컨이나 선풍기 사용을 놓고 고민에 휩싸였다. 다중이용시설의 냉방기기 사용에 대한 방역 지침이 나왔지만 코로나19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일 뿐더러 지침이 잘 지켜지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6~8월 여름철 평균 기온은 지난해보다 0.5∼1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6~8월 여름철 폭염(낮 최고기온 33도 이상)일수는 20∼25일, 열대야 일수는 12∼17일로 지난해 각각 13.3일, 10.5일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중앙안전대책본부는 최근 여름철 에어컨 지침을 내놨다. 에어컨을 틀더라도 최소 2시간마다 환기하고, 에어컨 바람이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풍향을 조절하라는 것이다. 또 비말이 바람을 타고 실내를 떠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에어컨과 선풍기를 동시에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약 환기가 어려운 밀폐시설에서 에어컨을 틀 땐 모든 이용자가 마스크를 쓰고 최소 하루 1회 이상 소독해야 한다.
하지만 식당, 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관계자들은 지침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 뜨거운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의 경우 에어컨과 선풍기를 같이 틀 수밖에 없고 환기가 어려운 밀폐시설에서도 덥다고 손님들이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삼계탕 집을 운영하는 B(58) 씨는 "뜨거운 탕을 취급하기 때문에 여름철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필수다. 손님이 음식을 불거나 땀도 흘리는 경우가 많을 텐데 바람 세기를 약하게 하거나 일일이 몸에 닿지 않도록 조절하기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또 락볼링장에 근무하는 직원 C(32) 씨는 "공간 특성상 창문이 많지 않아 환기가 어렵다. 또 볼링을 치다 보면 손님들이 더워 마스크를 벗는 경우도 많다. 여름에 에어컨을 안 트는 건 상상도 못하고 이 상황에서 에어컨 틀고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부 시설에서는 자체 방역 방법을 마련하기도 했다. 환기 빈도를 늘리고 앞선 손님이 이용한 방과 테이블은 사용하지 않도록 하거나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달라고 부탁하는 식이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는 "에어컨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만큼 환기를 자주 하고 에어컨 바람을 직접적으로 맞지 말라는 지침이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이긴 하다. 대신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는 걸 줄이려면 웬만하면 마스크를 벗지 말고 손 씻기와 소독, 환기를 자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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