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문인 서거정이 고향의 풍경과 감성을 담아 쓴 칠언절구 '대구십영'(大丘十詠)은 금호강과 관련된 내용 3수를 포함하고 있다. 달 밝은 복현 나루터에서 뱃놀이를 즐기던 '금호범주'(琴湖泛舟), 팔달교 부근에 있던 주막에서 서울로 떠나는 사람과 이별을 노래한 '노원송객'(櫓院送客), 오봉산에서 금호강 물결 너머 노을을 바라보며 가을의 서정을 노래한 '침산만조'(砧山晩照)가 그것이다.
600년 전 서거정이 바라보던 금호강의 풍경은 오랜 세월의 간극 속에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300리 물길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함 없이 또 다른 정경을 연출하고 있다. 동촌유원지를 품은 구룡산 절벽 위에 서 있는 아양루는 금호강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이다.
금호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아양기찻길은 사람의 행로와 자연의 물길이 만나는 곳이다. 북구 노곡동에 위치한 외딴 섬 하중도는 유채꽃과 코스모스가 철 따라 흐드러지는 시민의 휴식 공간이 되었다. 희귀 동식물의 보금자리인 달성습지를 지나 사문진에 이른 금호강은 숱한 이별과 만남의 서정을 남긴 채 대하무성(大河無聲)의 큰 흐름 속으로 합류한다.
그렇다. 포항 죽장에서 발원한 금호강은 달성 화원에서 낙동강 본류로 흘러들며 유장한 발걸음의 보폭을 더 넓힌다. 금호강은 그 나름의 색깔을 지닌 채 대구를 감싸고 흐른다. 이뿐만 아니다. 영천 금호와 경산 하양 들녘에 젖줄을 형성하며 능금꽃을 피웠고, 포도밭·대추밭·묘목단지·연근단지를 일구고 있다. 습지의 다양한 야생 동식물에도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금호강변 야경이 화려한 빛으로 물들며 대구의 색다른 이미지가 투영될 전망이다. '밤이 아름다운 대구 만들기'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갈대가 흐느끼던 소리의 강변에 이제는 빛의 향연까지 어우러질 모양이다. 삶의 무늬는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겠지만, 무상한 강물에 기댄 사람의 행로는 늘 나그네일 수밖에 없다. 지난날 서거정의 심사도 그랬을 것이다.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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