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이른바 위안부 논란에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관심이 75~76년 전 일제 침탈기에 희생된 위안부 문제 해결과 향후 한일 관계 정립과는 한참 비껴나 있다는 점이다.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은 위안부 단체를 이끌었던 윤미향 국회의원 개인과 그 단체의 도덕성, 부패 의혹에 집중돼 있다.
이 할머니와 윤 의원이 주고받은 기자회견은 30년 잘 지내오다 완전히 틀어진 고부 사이를 연상케 했다. 그 사이가 왜 틀어졌는지 두 당사자들은 잘 알겠지만, 제3자로선 정확하게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고부 사이는 남편이나 자식들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니만큼.
이번 사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려와 희망이 서로 교차한다.
우려되는 점은 이번 논란이 두 당사자 간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나 욕심에서 비롯됐을 경우다. 개인적인 권력욕이나 섭섭함 등 사적인 갈등으로 인해 빚어졌다면 주변에서 개입해 해결할 수도, 개입할 필요도 없겠다. 더욱이 이번 일로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의 수십 년 활동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들의 활동이 과대평가돼서도 안 되겠지만, 자기희생적인 오랜 활동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반면 희망적인 측면은 두 당사자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투쟁 방식이나 해결 방안에 대한 견해 차로 인해 갈등을 빚은 경우다. 이럴 경우 우리 사회가 이를 공론화해 민간과 정부가 함께 논의해 볼 여지가 높다.
하지만 이 할머니의 첫 번째 기자회견 이후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불나방처럼 무작정 덤벼들고 있는 모양새다. 엄청난 양의 의혹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심지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 할머니와 윤 의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까지 난무하고 있다. 개인과 시민단체에 대한 온갖 의혹과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정작 위안부 문제 자체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할머니가 강조했던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 어린 사죄와 배상, 한일 학생 간 교류를 통한 역사 재인식,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의 재정립 등은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지는 듯하다.
위안부 문제를 꺼내면서 온갖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과 정치권을 보면서 이들이 과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는지, 실제 해결 의지는 있는지 되묻고 싶다.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총선이 끝난 마당에 특정 세력이나 상대 진영에 화풀이식 공세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특정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식 공격이나 다른 진영이나 정치집단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으로 카타르시스를 얻으려고 한다면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서로 생채기만 낼 뿐이다.
어떤 진영이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 양 호도해 마구잡이식 공격을 일삼는다면 그야말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음모론의 배후 세력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윤 의원과 해당 시민단체에 제기된 의혹은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에 맡기면 될 일이다.
언론과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의혹 재생산과 정치 공방을 자제하고 80년 가까이 그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더 깊고 폭넓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불나방처럼 덤벼들다 불빛이 약해지면 다른 불빛을 찾아 흩어지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정부도 뒷짐 지듯 방관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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