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방귀 덜 뀌는 과학 솔루션

온난화 주범 방귀대장, 이것만 먹으면 메탄가스가 쏙~

소 한 마리가 방귀와 트림으로 방출하는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면 일년에 3톤이나 된다.게티이미지뱅크
소 한 마리가 방귀와 트림으로 방출하는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면 일년에 3톤이나 된다.게티이미지뱅크

깨끗한 풀만 뜯어먹고 사는 소가 방귀를 너무 많이 뀐다고 세계 곳곳에서 난리다. 방귀를 많이 뀌어서 냄새 좀 풍기는 정도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메탄을 방귀로 뿜어내고 있어서 문제다. 소 한 마리가 방귀와 트림으로 방출하는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면 일년에 3톤이나 된다고 한다. 이러한 소가 지구에 15억 마리나 살고 있으니 무시할 수 없는 지경이다. 급기야 독일과 스웨덴 등 유럽에서 육류세를 매겨야한다고 나서는 나라도 있고 에스토니아와 덴마크 등 방귀세를 매기는 나라도 있다.

그럼 소가 메탄가스 방귀를 덜 뀌도록 하는 과학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이제 과학자들이 찾은 솔루션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소가 방출하는 방귀의 메탄가스 양을 줄이기위해 과학자들이 다양한 먹이를 연구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소가 방출하는 방귀의 메탄가스 양을 줄이기위해 과학자들이 다양한 먹이를 연구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바다의 해조를 소에게 먹이자!

들판의 풀을 뜯어 먹고 사는 동물인 소에게 바닷물 속에서 자라는 해조를 먹이려는 과학자가 등장했다. 호주국립과학원(CSIRO) 연구원들이 퀸즈랜드 연안에서 자라는 분홍색 해조인 바다고리풀(Asparagopsis taxiformis)을 소에게 먹였더니 메탄가스 방귀가 획기적으로 많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하여 이 연구결과를 2014년에 발표했다. 그런데 소가 바다고리풀을 먹으면 왜 메탄가스 방귀를 덜 뀌는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이 2016년 호주의 제임스쿡대학(JCU) 연구팀에 의해 풀렸다.

바로 바다고리풀에 들어있는 브롬형태의 할로제닉 화합물이 소의 위에서 메탄가스가 만들어지는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연구원들이 알아낸 것이다. 또한 이 연구팀은 소의 사료에 바다고리풀을 2%만 첨가해서 먹여도 메탄가스가 만들어지는 것을 많이 억제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UCD)의 엘미아스 켑레압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에서 바다고리풀을 1%만 사료에 섞어서 소에게 먹여도 메탄가스 발생을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호주의 선샤인코스트대학(USC) 니콜라스 폴 교수 연구팀은 소에게 바다고리풀을 먹이면 메탄가스 배출을 최대 99%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실험실 테스트를 통해 얻었다. 그리고 이렇게 소에게 바다고리풀을 조금 섞어서 먹여도 소가 소화를 잘 시키고 우유의 맛에도 영향이 없다고 한다.

이제 이렇게 좋은 해결책을 찾았으니 전세계의 모든 소에게 바다고리풀을 먹이면 메탄가스 방귀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과학자들은 이제 다음 단계의 연구에 진입하고 있다. 장기간 소에게 바다고리풀을 먹여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그리고 육류의 맛과 우유의 맛에 변화가 없는지에 대해 보다 면밀히 연구할 계획이다. 또한 많은 소에게 먹이기 위해서 바다고리풀을 대량생산하는 방법도 찾아 연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방귀 줄이는 사료를 만들어 주자!

소가 온실가스인 메탄가스 방귀를 뀌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깨끗한 풀만 뜯어먹기 때문이다. 소가 뜯어 먹은 풀이 위로 들어가면 장내 세균들이 풀의 섬유질을 분해해서 소화가 잘 되도록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해서 소가 방귀와 트림으로 배출한다. 따라서 소에게 풀만 먹일 것이 아니라 곡물을 섞어 만든 사료를 먹이면 메탄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아이디어로 여러 사료들이 만들어졌다.

미국 버몬트주의 15개 농장에서 옥수수를 사료로 사용하던 것을 콩과 작물인 알팔파와 아마씨로 만든 사료로 바꿔서 소에게 먹였더니 메탄가스 발생이 18%나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프랑스의 낙농기업은 소화를 돕는 오메가3 지방산을 사료에 섞어 소에게 먹여서 메탄가스 발생을 줄였다. 이 오메가3 지방산이 소의 위에서 장내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해서 메탄가스 발생이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방귀를 줄이는 사료를 먹이면 메탄가스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귀를 줄이는 사료를 먹이면 메탄가스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바이오틱, 유익한 장내 세균 먹이기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하면 건강기능식품이 생각난다. 우리 몸에 이로운 살아있는 세균이 듬뿍 들어있는 제품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한다. 이처럼 건강에 좋은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을 소에게 먹여 메탄가스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기업(TBL)이 미국에 있다. 이 기업은 소의 소화를 돕는 박테리아와 효모 프로바이오틱을 개발 중에 있다고 2018년에 밝혔다. 이 프로바이오틱을 물이나 음식에 타거나 풀에 뿌려서 소에게 먹일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을 소에게 먹이면 메탄가스 발생이 50% 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또한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7개 농장에서 1016마리의 소의 위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DNA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2019년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학술지에 발표했다. 조사결과 절반 정도의 소가 512개의 공통된 미생물종을 가지고 있고 이 중에 39개가 우유의 맛과 메탄가스 배출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연구에 참여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존 윌리엄스 교수는 소의 위에서 메탄가스를 많이 만드는 미생물을 가진 젖소를 선택적으로 배제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법으로 메탄가스 배출을 5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소의 위에 살고 있는 미생물을 조사하는 방식을 이용하여 고품질 우유를 만들면서도 메탄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소를 선별해서 기를 수 있다는 말이다.

방귀를 줄이는 사료를 먹이면 메탄가스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귀를 줄이는 사료를 먹이면 메탄가스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귀 덜 뀌는 소만 골라 사육하기

사람에 따라서 방귀를 많이 뀌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동물들도 개체에 따라서 방귀를 뀌는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소 중에서 메탄가스 방귀를 덜 뀌는 개체만을 골라서 기른다면 메탄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도 있다. 이 과정에서 동물유전학자는 유전자 분석법으로 소 개체를 골라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코틀랜드 루랄대학(SRUC)의 레이너 로히 교수는 동물 개체에 따라서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정도가 다른데 메탄가스를 만드는 메테인 세균의 양과 소의 유전체가 관련이 있다고 2018년에 주장했다. 그러니까 소의 유전자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메탄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소 개체를 선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그는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농장의 소 개체를 선별하는 작업을 기업들과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도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 50명에게 인류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설문조사를 영국 타임즈 계열 교육지가 2017년에 실시했다. 이 물음에 '인구증가 혹은 환경악화'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환경악화 문제가 핵전쟁이나 마약보다도 더 인류에게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푸른별 지구환경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 지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환경을 보호하는 작은 습관 하나 키워보면 어떨까?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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