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이름은 그냥 듣기 좋거나 상황 변화에 따른 임기응변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 이념이 압축된 명칭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지자들에게 더욱 밀접히 다가갈 수 있고, 정치에 관심이 적거나 중도적인 유권자가 어느 당을 지지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독일의 기독교민주연합과 사회민주당 등은 그런 요구에 잘 부합한다.
한국의 정당명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기증이 나게 바뀌면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이름이 판을 친다. 민주당은 광복 이후 현재까지 19번이나 바뀌었다. 이 중에는 '통합민주당'이 '민주당'을 거쳐 '민주통합당'으로 바뀐 웃지 못할 코미디도 있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보수 정당의 당명 변천도 어지럽긴 마찬가지다. 전두환 정권 때부터만 따져도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으로 6번이나 바뀌었다. 모두 선거 패배 뒤이다.
미래통합당이 이런 전통(?)을 계승할 움직임을 보인다.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합친 미래통합당은 지난달 29일 중앙선관위에 합당 당명을 '미래통합당'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한국당 원유철 전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대표에게 "당명을 미래한국당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1등 정당이란 브랜드 이미지가 있는 데다 옛 신한국당·한나라당·자유한국당 등과의 연속성 면에서도 미래한국당이 낫다"는 것이다. 이에 김 비대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긍정적 반응이었다고 한다.
헛웃음을 자아낸다. 그 이름 어디에 '1등 정당' 이미지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미래통합당'부터 그렇다. 지루한 해설 아니면 무엇을 추구하고 상징하는지 알 수 없다. 미래한국당도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지난 2월 17일 미래통합당으로 공식 작명한 지 넉 달이 채 안 된다. 그때는 무슨 이유로 그렇게 작명(作名)했고 지금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빨리 개명(改名)을 만지작거리는지 이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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