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인종(人種)을 검색해보면 '사람의 씨'라는 뜻과 함께 지역과 신체적 특성에 따라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이 대표적이라고 나온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 경우도 있다. 백인과 유색인종이 그것이다. 이 또한 뭔가 석연치 않다. 인종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누가, 언제부터 이렇게 구분해놓았을까? 딱히 궁금하지도 않고, 가치 없는 일에 유례를 찾아볼 생각도 없지만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전 세계에서 인종을 저리 교육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유색인종의 나라들조차 이렇게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사람을 피부색으로 구분 짓다니 어이없는 일 아닌가. 인종을 사전에서 지우고 인류만 남겨두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월 26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강압 체포 행위로 흑인남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조 수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비무장의 그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만류했지만 경찰이 이를 듣지 않자, 휴대폰으로 촬영해서 SNS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경찰에게 "숨을 쉴 수가 없다. 나를 죽이지 말아 달라"고 고통스럽게 호소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러나 경찰은 여전히 그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 누른 채 사망에 이르게 했다. 다른 경찰은 가해 경찰의 진압과정을 방치한 채 오히려 행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소름끼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당시 모두 백인이었다.
5월 30일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공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미국은 다시 세계의 리더가 되었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연일 우주여행의 시대가 열렸다고 격앙된 앵커의 목소리가 방송되는 걸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첨단 과학의 발달이 현실이라면 인종 차별도 현실이다. 이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미국 내 인종 차별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아직도 남북전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남성 사망 사건으로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 참여자들을 '폭도와 약탈자'로 규정하고 강경하게 진압할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의 1980년 5월 민주화운동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는 반성 대신 더욱 강한 폭력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져갈 가능성도 있는 데다 이미 한인 점포들의 피해도 발생한 상황이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으려면 강경진압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먼저다. 피부색이 어둡건 밝건, 우리의 피는 모두 붉다. 설사 흑인 남성이 범인이었을지라도 비무장 상태의 시민을 진압과정에서 사망케 한 사건은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 사망한 그는 검은 '꽃'으로도 다시 피고 싶지 않을 것이다.
김사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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