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수준의 당 쇄신을 공언해 온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속도조절에 나섰다. 핵심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공천과 관련한 전권을 거머쥐고 당 수술에 나섰던 전례와 다른 입장이기 때문에 신중 모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1일 오전 열린 첫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회의에서 당의 혁신방향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여러분들이 오늘 비대위 첫 회의에서 제가 어떠한 특별한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를 하신 것 같은데, 오늘 제가 일단 비대위를 열어서 비대위원님들과 여러 가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가 어떠한 특별한 메시지는 발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애초 정치권에선 쇄신동력 확보를 위해 김 위원장이 초반부터 강공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김 위원장이 '개인기'가 아닌 '비대위의 권위'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그동안 김 위원장이 당의 핵심권력인 공천권을 거머쥐고 당에 대한 수술을 집도했기 때문에 파격적으로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며 "예전 같지 않은 입지에서 내년 4월까지 긴 호흡으로 과업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비대위의 권위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당의 핵심지지층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의 좌클릭 강행시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의 정치적 텃밭인 영남을 포함해 당의 근간을 형성해 온 지지자들과 등을 질 경우 비대위가 당의 새 길을 열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북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예산실장을 지낸 송언석 의원(김천)을 지근에서 당무를 돕도록 배치한 배경도 핵심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라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김선동 전 의원을 사무총장, 송언석 의원을 비서실장, 김은혜 의원을 대변인으로 각각 발탁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송 의원 발탁은 통합당의 좌클릭에 따른 재정여력 분석과 보수 원류의 목소리를 내부에서 점검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비대위의 혁신 성과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물거품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김 위원장이 사전정지 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 안팎의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자의적으로 당의 변화를 주도했다가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그동안 숨죽였던 반(反) 김종인 세력이 보수의 선명성을 주창하는 후보를 당 대표로 밀어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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