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 단속 과정에서 흑인 남성이 사망하며 촉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무차별 약탈로 번지면서 미국 한인사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자영업 종사 비중이 높은 한인들이 코로나19로 영업난을 겪는 가운데 시위를 가장한 상점 무단침입·절도행각에 피해 직격탄을 받는 것.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州) 방위군 등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강경 진압하겠다고 밝혔지만 폭동이 가중 되고 있어 대립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5시 6분쯤 미국 서부 지역의 한 상점가 앞. 얼굴을 가린 채 차에서 내린 한 남성이 야구 방망이로 가게의 유리창을 내려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곧이어 마스크와 두건, 후드 티 등으로 얼굴을 가린 남녀 40여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진열대, 계산대, 창고 안에 있는 물건 상자 등을 닥치는 대로 훔쳐갔다.
이들은 주로 흑인,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으로 영상에서는 돌을 던져 이유 없이 매장을 훼손하려는 모습도 포착됐다. 절도 행각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가게를 폐허로 만들 만큼 신속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이 상점은 한국계 미국인 A(43) 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이 일대는 한국인 밀집 주거 지역이다. 대부분 상점이 절도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내가 운영하는 5개의 사업장뿐만 아니라 인근 다른 상점 모두 모두 약탈, 유리창 파손 등 피해가 크다"며 "(약탈자들은) 시위자들이 아니라 이와 무관한 일반 주민들, 특히 많은 수의 비행 청소년들이 동참하면서 모든 곳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 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하면서 벌어졌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미니애폴리스를 시작으로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시애틀, 휴스턴 등 미국 주요 도시로 급속도로 번졌다. 더군다나 1일 (현지시간) 플로이드의 부검결과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살해당한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미 전역에서 시위가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시위가 취지와는 달리 대규모 약탈로 변질하면서 1992년 LA폭동 당시처럼 시위의 불똥이 애꿎은 한인사회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인 사업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일 LA총 영사관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 캘리포니아 주(州) 방위군이 투입돼 폭동을 감시하고 저지할 계획이다.
LA에 거주 중인 교민 B(48) 씨는 "약탈이 주로 시내 중심가,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 큰 상점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그 후에 중산층,하층민 거주 구역으로 번지고 있다"며 "많은 한국인이 임대료가 저렴한 유색인종 밀집 지역에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아직 큰 피해를 받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목표물이 되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시애틀에서 거주 중인 교민 C(38) 씨 역시 "몇 달간 코로나19로 주민들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시위를 위한 목적보다도 이를 핑계로 기회를 틈타 절도 등 온갖 범죄행위가 성행하고 있어 걱정이다. 최근에는 아예 가게 문을 닫고 집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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