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론을 어겼다는 이유로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해 파문이 일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기권 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이것이 당규가 규정한 '당론 위배 행위'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걸 가지고 징계한다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조치는 이런 '전례 없음'을 넘어 당론을 헌법과 법률보다 위에 놓는 반(反)법치라는 점에서, 그리고 당이 결정한 것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반대도 허용하지 않는, 당내 민주주의의 파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총선에서 압승한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 소신에 따른 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뿐만 아니다. 국회법 제114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 '소신 투표'를 더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금 전 의원 징계는 국회의원이 생각하지 않고 당이 결정한 대로 투표하는 '거수기'가 되라는 소리라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사회주의 국가의 '인민의 대표'와 무엇이 다른가. 같은 생각, 같은 결정을 하는 '집단 사고'와 이를 더욱 강화하는 이른바 '근친상간적 증폭'(incestuous amplification)을 강요하는 꼴이다. 이의 제기나 반대가 없는 동일한 생각은 미국 케네디 행정부의 쿠바 침공 작전 실패가 보여주듯 처참한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민주당의 이번 결정은 민주당이 얼마나 오만해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오만이 앞으로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지 참으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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