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자주 못와서 미안해. 우리 딸 사랑해"
지난 2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의 한 보육시설에서는 7명의 여자아이들과 젊은 아빠들이 오랜만에 만난 기쁨을 나눴다.
이들이 피를 나눈 진짜 가족은 아니다. 하지만, 짧게는 3~4년, 길게는 8년이나 이어져온 누구보다 끈끈한 사이다.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가정을 이어가는 ㈜진방스틸 직원들과 대송면 아이들의 오랜 인연은 조용한 만큼, 그래서 더욱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한다.
대송면의 가온누리공동생활가정(대표 김나윤·이하 가온누리)은 가정의 보살핌을 받기 힘든 여자아이들이 있는 공동생활가정이다.
일반 고아원과 달리 아이들이 주위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가족의 울타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꾸며진 특수시설이다.
이곳과 진방스틸 직원들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약 8년 전.
우연히 직원 한명이 대송면에서 홀몸노인들을 위한 배식봉사에 참여하면서 가온누리의 존재를 알게 됐다.
해당 직원은 꾸준히 봉사를 이어가며 주위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뜻이 맞는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여 후원단체를 만들었다.
많은 돈은 아니었어도 매달 가온누리를 찾아 점심도 사주고, 직원들은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각각 의붓 부녀를 맺어 아빠의 역할을 자처했다.
같이 놀이동산에 소풍을 가거나, 졸업식이며 직접 찾아가 꽃다발을 건네주고 사진도 촬영하는 그런 평범한 가장의 역할들이다.
물론, 기존에 이어졌던 대송면 홀몸노인들에 대한 배식봉사도 잊지 않았다.
심지어 처음 봉사활동을 자처했던 직원은 지난해 대송면 홀몸노인 반찬봉사단체인 누리봄공동체(대표 진익환)의 대표까지 맞게 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시설 방문이 어려워지고, 회사가 바빠지며 예전처럼 잦은 봉사활동이 어려워지게 됐다.
이에 진방스틸 직원들이 그동안 모은 성금을 지난 2일 가온누리공동생활가정과 누리봄공동체에 각각 100만원씩 후원했다.
자꾸만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눈에 아른거려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나마 달래기 위해서다.
진방스틸 봉사단 전진수 단장은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면서 "작은 정성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나윤 가온누리공동생활가정 대표는 "우리 시설의 특성상 외부에 존재를 알리기 어렵다. 그래서 아무리 봉사활동을 해도 주위에 자랑도 못할텐데 변함없이 사랑을 보내주신 분들께 오히려 미안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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