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니들 팔아먹은 원수…" 오열한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할머니 추모제 '성토의 장'…"정의연·정대협에 30년 속아"
"학생 돈 뜯는 수요집회 중단" 원색적 표현으로 강한 비난
시민모임 "소통 부족해 오해"

지난 6일 대구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열린
지난 6일 대구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열린 '2020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떠 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언니들 여태까지 이렇게 할 일(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보상) 못 하고 내가 언니들 앞에서 울고 있다. 언니들, 나는 끝내(반드시) 이 원수를 갚을 거다."

지난 6일 대구 중구에 있는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제'. 이 행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추모의 술잔을 올린 뒤 먼저 세상을 떠난 25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한참을 흐느꼈다.

이내 추모제는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이 할머니가 작심한 듯 취재진을 향해 "지난 수십 년을 함께 한 정의연(정의기억연대)·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속았다"라거나, 일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인사들을 '원수', '악인'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난한 것이다.

지난 6일 대구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열린
지난 6일 대구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열린 '2020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들 앞에서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이 할머니는 우선 정대협과 정의연을 겨냥한 뒤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30년이나 정대협에 당했다. 자기들 마음대로 해결도 안했다(할머니들은 일본의 사과와 보상을 원했지만 정대협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며 한쪽 눈을 실명한 김복동 할머니를 끌고 온 데를 다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대협은 학생들이 돼지 저금통 털어 갖고 오는 돈을 받고 위안부를 팔아먹었다. 정의연이 30년 동안 진행해 온 수요집회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울부짖었다.

지난 6일 대구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열린
지난 6일 대구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열린 '2020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들 앞에서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최봉태 변호사, 안이정선 전 대표 등 시민모임 인사들을 '악인'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추모의 술잔을 올린 최봉태 변호사를 가리켜 "지난 26년간 우리를 팔아먹고 또 팔아먹은 악독한 사람이다. 어디 와서 건방지게 술잔을 올리냐"고 했다.

또 "안이정선 전 대표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도 26년 동안 도와준 게 하나도 없다. 위안부 피해 해결 활동을 위해 미국에 가자 했을 때 따라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최봉태 변호사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해왔고, 안이정선 전 대표는 시민모임 출범 후 처음으로 대구경북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국가에 정식으로 피해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도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윤미향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할머니는 "윤 의원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윤 의원 기자회견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거듭 언급해왔던 정신대와 위안부 용어의 혼용도 재지적했다. 할머니는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정신대는 공장에 다녀온 할머니고, 군인한테 끌려가 당한 게 위안부다. 정신대와 위안부는 다른데 시민모임과 정대협이 위안부를 앞장세워 팔아 먹었다"고 외쳤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 측은 소통 부족으로 오해가 쌓였다는 입장이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다른 피해자 할머니들 의견도 들어야 했기 때문에 이 할머니 의견만 전적으로 반영할 수는 없었다"며 정신대와 위안부 단어 혼용에 대해서는 "시민모임 출범 당시 '정신대'라는 용어가 일본군 '위안부'와 혼용돼 사용됐기에 단체명으로 정했을 뿐 법인의 절차에 따라 단체명을 바꿀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혁수 시민모임 대표도 "이용수 할머니는 피해자인 동시에 활동가다. 위안부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윤미향 의원의 국회 활동에 대해 불만이 쌓였고 서로 오해를 풀지 못했다"며 "최봉태 변호사와 안이정선 전 대표도 최근 할머니와 개인적인 오해와 작은 마찰이 있었던 것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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