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3개월 만에 초·중·고교생들의 등교가 순차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여전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 등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다.
현재 사실상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인해 평소처럼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리거나 편하게 수업을 듣는 여건이 안 된다. 이처럼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답답함을 느끼거나 재미를 못 느끼면서 자칫 의욕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새로운 담임 선생과 친구들 속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각종 제약까지 따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우울증이 찾아오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제 막 등교를 시작한 학생들에게 자칫 찾아올 수 있는 '코로나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함)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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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우울, 불안 등의 정서적인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호소하기 보다는 신체적 증상이나 등교 거부, 공격적인 행동, 비행 등의 행동으로 나타낸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징징거리거나 평소와 다른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또 잠을 잘 못 자거나 악몽을 꾸고 집안일이나 학교에서 배운 새로운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는 등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중·고등학생은 두통을 호소하거나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의욕을 잃거나 주변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이런 현상들은 스트레스나 트라우마에 대한 '정상적인 적응반응'이다. 그러나 스트레스 반응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럴 때는 보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에 정신과적인 병리가 있거나 방어기제가 취약한 아이들은 트라우마에 대한 충격도 크고, 불안 및 우울장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치료적 연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부모 입장에선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가장 필요한 것은 망가진 일상생활의 사이클을 다시 제자리로 만들어주는 노력이다. 등교가 장기간 늦춰지면서 아이들의 수면이나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졌고 게임이나 휴대폰, 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일상생활의 건강한 사이클이 많이 흐트러졌을 가능성이 높다. 학교생활로의 복귀에 적응하도록 자녀들의 규칙적인 생활을 격려하고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전파의 위험성으로 인해 등교 이후에도 친구들과의 교류가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녀가 친구와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을 걱정하거나 불안해한다면 전화, SNS, 인터넷 등 비대면 소통방식을 통해 친구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할 수 있음을 알려주도록 하자.
부모의 인내와 관용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의 걱정, 불안, 신체증상 등을 포함한 여러 반응들에 짜증을 내거나 핀잔을 주면 아이들의 우울증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아이들이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사실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고, 어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방법도 필요하다.
학교의 역할도 중요하다. 학교라는 공간은 일상을 회복하고, 등교 연기로 고립감 등을 느꼈을 학생들의 사회적 적응을 도우며 불안한 마음을 서로 나누고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정보, 현재 상황 등 관련 일들에 대해 간략히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감염병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토의를 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학생들은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고 안심할 수 있고, 이러한 현상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증가하며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수업 시간에 짧고 명료하게 말을 하고 학생이 집중해야 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선생님들은 수업 중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고 불안해 보이거나 피곤해 보이면 복식호흡이나 스트레칭 등으로 잠시 환기를 시킨 다음 수업을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도움말:최태영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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