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도 국내에서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한 덕분에 미국이나 유럽보다 심각한 피해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대구경북 지역의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기에 'K-방역'이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코로나19 대응 성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 통학 안전에 대한 지역사회의 노력은 주민들의 요구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전신주 등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차도나 도로를 이용하다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한 해 약 450여 건에 이른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통학로 개선 요구 민원은 2016년 6천656건에서 2019년 1만8천124건으로 3년 사이 3배가량 증가했다. 통학로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증가하는 반면 정부의 해결 노력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민원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천안시에 사는 한 여중생은 학교에 같이 등하교하는 친구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안타까운 광경을 목격했다. 그러고는 이를 '나쁜 운전자'와 '조심하지 않는 학생'의 문제가 아닌 통학로 자체의 문제로 인식했다. 결국 이 여중생은 "통학로 중간에 설치된 전봇대로 인해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어 사고가 자주 발생하니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어 주세요"라며 국민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의 조사 결과, 여중생이 문제를 제기한 구간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통학로 구간에는 보도가 아예 없거나 전신·통신주 등 장애물과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뒤엉켜 그나마 있는 보도도 제 기능을 못했다. 결국 학생들은 차도로 통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위험한 상황을 반영하듯 이 통학로에서 2018년에 40건, 2019년 상반기에만 1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직시한 국민권익위는 관계 기관과 협력해 통학로를 가로막은 전신주를 철거하면서 전선을 지중화하고 학교 담장을 이전해 보도를 넓혔다. 또 통학로 주변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고 학교 주변 횡단보도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이를 최종 확정하는 고충민원현장조정회의에 참여한 학부모 대표는 "같은 내용의 민원을 수십 년간 제기했지만 지방자치단체, 경찰, 교육청 등 관계 기관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돌이켜보면 관련 기관 간 협업 부재가 '안전한 통학로 확보'의 걸림돌이 되어 수십 년간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괴롭혀 왔던 것이다.
열악한 통학로는 특정 지역 학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인 문제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권익위는 올해 기획조사 과제로 '학교 주변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선정했다. 전국 17개 교육청을 통해 대구 지역은 195개 학교, 경북 지역은 98개 학교 등 모두 2천273개 학교의 통학로 개선 수요가 접수됐다.
올해 중 한국전력공사, 도로교통공단, 교육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지방 교육청 등 다수의 기관과 협력해 통학로에 대해 실질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기획조사로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았던 대구경북 지역의 열악한 학교 통학로 안전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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